햇살
종일토록 스산한 날씨에 춥고 흐렸다
오후에 장을 보고 집에 와 보니 한가지 빠진게 있다
몇일 전 부터 남편이 시계줄 고쳐오라고 했는데
오늘 또 잊어 버리면 난 이제 체면이고 뭐고 없다
식구들 저녁을 굶기는 한이 있더라고 이번에는 꼭 고쳐와야 했다
그리고 보았다. 구름이 갈라지며 햇살의 행차가 다녀가는 것을
감격해 넋을 놓고 바라보다 서둘러 카메라를 꺼냈다.
사진기 때문인지 차창이 흐려서인지
몇분 사이에 일어났던 기적과 같은 그 화려함을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래도 사진을 보니 또 다시 가슴이 뛴다
2007년 2월 4일
윤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