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뽑으며
//윤재영
봄 소리 들리는가
아직 누렇게
잠을 자는
잔디밭
위에
달랭이 제비꽃
파란 싹이
파릇파릇 돋아나온다
쓰디쓴 독약
모진 고난을 딛고
봄 향기 마시러
고개 내민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백치 아다다 되어
오늘은
잡초를 뽑는 날이다
파란 것만
쏙쏙 뽑으면 된다
03/22/05
잡초를 뽑으며
일년 내내
독약 뿌려대고
뿌리채 뽑아 버려도
봄이 오면
끈질기게 돋아나는
잔디밭 위에
잡초들
그들은 바로
내 사랑들
달랭이 민들레 제비꽃
그리고 다른 이름모를
파란 들풀들
올 봄에도또 나가 뽑아야 한다
주객이 전도되어
미안하다 미안해
때를 잘못 타고 난거야
장소를 잘못 타고 난거야
어쩔 수 없구나
용서해 다오
철 갑옷을 둘러 쓰고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무감각
맹종하는 하인이 되어
이율배반
어두운 희열마저 느끼며
닥치는 대로
쏙쏙 뽑아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