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

백치 아다다

윤재영 2005. 3. 22. 23:32

잡초를 뽑으며

 

//윤재영

 

 

소리 들리는가

아직 누렇게

잠을 자는

잔디밭 위에

 

달랭이 제비꽃

파란 싹이

파릇파릇 돋아나온다

 

쓰디쓴 독약

모진 고난을 딛고

향기 마시러

고개 내민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백치 아다다 되어

 

오늘은

잡초를 뽑는 날이다

파란 것만

쏙쏙 뽑으면 된다

 

 03/22/05

 

 

잡초를 뽑으며

 

 

일년 내내

독약 뿌려대고

뿌리채 뽑아 버려도

봄이 오면

끈질기게 돋아나는

잔디밭 위에

잡초들

 

 

그들은 바로

내 사랑들

달랭이 민들레 제비꽃

그리고 다른 이름모를

파란 들풀들

올 봄에도

또 나가 뽑아야 한다

 

주객이 전도되어

미안하다 미안해

때를 잘못 타고 난거야

장소를 잘못 타고 난거야

어쩔 수 없구나

용서해 다오

철 갑옷을 둘러 쓰고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무감각

맹종하는 하인이 되어

이율배반

어두운 희열마저 느끼며

닥치는 대로

쏙쏙 뽑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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