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버밍햄 버스 스테이션

윤재영 2006. 9. 26. 02:26

버밍햄 버스 스테이션

 

캐나다 송기자님한테서 헌츠빌에서

소년 소녀 가장 후원회 모을 한다고 했다

헌츠빌과 버밍햄은 한 시간 반 거리다

비행기 타고

오시는 분들에 비하면 가야 할 것 같았다

버스로 다녀오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 한시 것과 다섯시 것이 있다고 했다. 한국학교 끝나는 것을 보지 못하고

한 시간 전에 그레이 하운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밤에 버스를 타면 무섭겠지만 낮이라 무슨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백인은 거의 없고 흑인과 멕시코인들이 있었다. 

여자가 혼자 여행하기에는 약간 겁나는 상황이었다

다행이 사람이 얼마 없고 저쪽에 경찰이 있으니 무슨 일이야 있겠는가마는

 

 

표시판에 스페인어가 함께 적혀있다. 요즘 멕시코 사람들이 부쩍늘어나고 버스를 많이 이용해서

그런 것 같다

 

 

사물함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누가 사물함을 사용할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다

 

 

화장실은 깨끗했다.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중에 어느 한 백인 여자가 들어 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떤 애인 같이 보이는 남자와 꿍꿍이가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남아 버스 스테이션 안에 있는 간이점에 들러 음료수를 마셨다.

사진에는 없지만 저쪽 옆으로 그 백인 남녀가 앉아 있고 나를 흘끔흘끔 보는 것을 알아차렸다

조금있다가 그 남자가 내게 다가오더니 차 표를 보여주며 가방을 잃어버리고 어쩌구 저쩌구

하려고 했다. 그 사람의 변명이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어 보았다

십달라라고 했다. 돈을 꺼내 주려고 하자 이십달라 달라고 했다. 십달라 밖에 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을 하고 돈을 주었다. 그 남자의 몸에는 문신이 그려 있었고 떠돌이 같이 보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미소를 보여주었다. 내가 오히려 그 남자에게 고마웠다.

내게 협박하지 않고 내 가방에서

돈을 몰래 꺼내 가지 않은 것에 비하면 돈 십달라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간이 점에 어떤 아이가 엄마와 나와 놀고 있다. 놀데가 이곳 밖에 없다니

예쁘게 옷을 입은 아기 넘 귀여웠다. 나를 보고 달려 오는 모습에 난 넋을 잃고 아기의

사진을 찍었다. 나를 이렇게 반겨주고 기쁨을 안겨준 아기는 하늘이 보낸 천사인가 보다

아기와 장난을 치며 놀았다. 엄마한테 사진을 보내 주겠다고 주소를 받아 적고, 아기 과자사주라고

오 달라를 주었다. 아기의 엄마는 열여덟도 채 안되고, 아기의 할머니라는 사람이 아기의 엄마인 줄

알았다. 아기를 할머니 (한 사십대정도 되어 보인다)에게 돈을 주었더니 아기의 엄마가

쏙 뺒어간다. 감사하다는 말도 없이, 괜찮다고 사양할 줄 알았는데 너무 당연하다는 듯

인사도 없이 돈을 빼앗아 가게로 들어간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마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귀엽게 차려입고 나를 반겨준 아기에게 좋은 미래가 있기를 바란다

 

 

버스 스테이션 밖으로 나왔다. 팔번인 줄알고 한 참기다렸는데

사실은 육번이었다. 잘 못했으면 버스를 놓칠번 했는데...

 

 

시간이 되었는데 팔 번에 버스가 없다. 육번에서 웅성거린다. 모르거나 이상하면 무조건

다시 보고 물어 보고 해야한다...진리...ㅎㅎㅎ

 

 

때가 되니 어디서 사람들이 많이도 왔다. 여자도 별로 없고 약간 겁이 났다. 무지막지한

남자가 내 옆에 앉을까봐 그것도 은근히 겁이 났다. 그래도 안 그런척 태연하게 있었다.

버스 운전사가 무슨 소리를 하는데 내쉬빌, 스모크 소리밖에 아무것도 못 알아 듣겠다. 하여튼

이 버스가 내쉬빌에 가는 버스고, 담배를 피지 말라는 뜻일 것 같다. 역시 똑똑...ㅎㅎㅎ

 

 

헌츠빌 버스 정휴장이다. 한 오분 쉬었다가는 사이 나는 내렸다. 사람들이 몇이 나와 있다.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다. 다들 떠나고 나만 썰렁이 남았다. 십분이 지나고,

차가 막혀 못오나 길이 막혀 못오나...할 수 없이 전화를 했다.

도착했냐고 묻는 것을 보니 난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닌 건 모양이다

사십분 기다렸다. 버스 정류장 안에 들어갔다. 자리만 있다면 누워 집 없는 사람처럼

누워 자고 싶었는데, 긴 좌석이 없고 한 사람만 앉는 좌석이다.

여행하는 젊은이가 바닥에서 배낭을 베고 자고 있다. 그리고 텅 비어있다

꼬닥꼬닥 병아리 졸듯 조는데 누군가 왔다. 본래 연락한 사람이 아니라 대리로 누군가 나왔다

역시 난 중요한 사람이 아닌가 보다

그리고 어는 인으로 가서 방 열쇠를 주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돈 없고 연락할 방법이 없으면 인신매매를 해도 꼼짝 못할 거다

잡혀가 감금당하는 여자들을 잠시 생각해 보고 그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빌어 주었다

혼자 어성거리다 자리에 누워 낮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무엇인가 불안하다는 뜻이다.

생각보다는 일찍 한 시간 반이 지나자 쾅쾅 문 두두리는 소리가 났다.

옷도 벗고 세수를 하며 화장을 하려는데 빨리나오라는 것이다

무슨 강제 노동자라도 끌고 가려나

대충대충 삼분만에 다 일을 맡치고 따라 나섰다

이제들 사람들이 다들 모였다. 뉴욕, 워싱턴, 시카고, 워싱턴 디시, 버지니아, 필라델피아

애틀란타 등등등 물론 캐나다에서 송기자님도

그렇게 만남이 되었다...

할 말이 많지만,

헌츠빌에 계시는 최집사님을 만나 뵙게 된 것이 뜻 깊었다.

알게 모르게 한국 학생을 위해 장학사업을 하시는 것을 보고, 그 분의 이념과 현명함과

지혜로움에 세상에 저런 분도 계시구나.

어떻게 인연이 되어 그 분 하시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큰 영광이고 보람스러운 일이 될 것 같다 

 

 

2006년 9월 25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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