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낙서
토요일 아침부터 시끄럽다
우리 아이 새벽에 운전연습 하듯 누가 비행연습 하는가 보다
빵을 굽고, 옥수수 (처음 나온)찌고, 수박을 썰어
신부님 간식거리를 챙기고
방학이라 집에 있는 조카를 앞장세워 아침 미사보러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문을 들어서기 전 조카가 하늘 좀 보란다
이게 웬 일인가? 그렇게 시끄럽게 돌아다니드만
하늘에 낙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만있자,
시끄러웠던 것이 한참되는데 그럼 여태까지
낙서를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난 그것을 보지도 못했단 말인가
요즘 계속되는 구름한점 없는 화창한 파란하늘
눈 길을 주지 않았다
비가 와야 하는데,
무의식적인 나의 반항이었을까.
건강할 때는 모르다가 아파봐야
감사할 줄 아는, 뭐 그런 것일거다.
다빈치 코든가?
뭔 낙서를 했는지 아리송다리송하다
낙서를 하려면 저 정도은 해야지
재미있다. 더해라 더해...
에구, 뭐도 멍석을 깔아주면 못한다더니
그렇게 난리를 치다가 내가 보니 그만둔다
히, 그래도 달콤한 맛은 보았다
조카 덕을 톡톡이 보았다
오늘은 이렇게 나의 하루가 만들어졌다
사람 얼굴 (우리아이 네살 때 솜씨), 화살표 (옆을 보란 신호), 그리고 그 밑에 이건 도데체 뭐꼬?
달팽이 나선을 아래로 향해 그리다
그래서?
또?
멋있다
화살표의 비밀은?
2006년 5월 27
윤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