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학생들로부터 받은 선물

윤재영 2007. 1. 2. 17:12

학생들로부터 받은 선물

한국학교 겨울 방학하는 날, 학생들로부터 교장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적은 카드 두 장과 꽃밭을 그린 그림 한 장을 선물로 받았다.

한 장의 카드는, 이제 막가나다라를 익힌 어린이가, 직접 써서 준 카드였고, 또 한 장은 각 반 학생들이 직접 이름을 써서 꽉 채워진 것이었다. 학부형님이 각 반에 돌아다니며 수고하셨나 보다. 고마움의 댓가로 다음 학기에는 학생들을 더욱 반갑게 맞아 주고 친절하게 해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꽃밭의 그림은 중고등반 학생들이 그려 준 것이다. 꽃밭에는 꽃, 나비, 무지개 등등으로 채워져 있고 중앙에는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그리고 사이사이 학생들의 이름이 꽃송이 되어 피어 있었다. 받아서 정말 기쁜 선물이었다.

대여섯 명 되는 중고등반 학생들, 사 년 전 처음 학교가 설립될 때부터 함께 해 왔다. 학생들은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왔을 것이고, 나 또한 그와 비슷하게 한국학교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다. 어떻게 시작을 해서 인연이 되었던, 우린 한배를 타고 항해를 하며 그렇게 정이 들어왔다.

학생들에게 고마웠지만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께도 고마웠다. 무엇을 받아서라기보다는 학생들에게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신 것이 고마웠다. 남을 배려 하고 감사할 줄 알 때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안에 있는 이러한 긍정적 감정을 일깨워 주고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교육 중의 하나다. 또한, 학교에서 배운 한글을 실생활에 직접 적용하도록 하는 교육이 바로 살아있는 한글 교육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보았다.

시간이 지나자, 받은 카드와 그림을 자랑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다른 이름은 다 있는데, 내 이름이 없는 것이다. 나는 그냥 교장선생님이었다. 교장이 나 인지 누가 알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 깨달음이 왔다. 학생들로부터 좋은 교훈을 얻었다.

그러니까, 우리 학교는 꽃밭이고 학생들은 꽃이다. 나는 꽃밭의 관리인이다. 꽃밭에는 꽃이 피어야 한다. 심어진 꽃들이 뿌리를 내리고 잘 클 수 있도록 돌봐 주는 것이 우린 선생님들의 역할이다. 그러니 거기서 내 이름은 필요 없는 거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학생들로 받은 이 카드와 꽃밭그림은, 내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한인 학교를 이끌어가고 봉사하시는 모든 선생님과 교장선생님들의 것인 거였다.

버밍햄 한국학교 중고등반 (2006년 12월 16일) 

 

2007년 1월 2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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