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새
//윤재영
베란다 위 빈 화분에 밤새고인 빗물
화려했던 나뭇잎들 하나 둘 떨어지는데
한 마리 가을새 날아와 앉는다
파란색 힌 테두리 휘장을 쓰고
당당하고 날렵하게 서있는 모습
혼자이나 외로워 보이지 않다
누구를 찾는 가 두리번 거리는데
날 보러 온 것은 아닌 것 같고
어데서 날아왔나 어데로 가려는가
창안에 있는 내가 어찌하련만
급하게 몇 모금 목을 축이고
미련없이 후다닥 날아가 버린다
이렇게 들렀다 떠날 줄 알았더라면
맑은 물에 가랑잎 띄어 놓고서
한 상 예쁘게 차려 둘 것을
낙엽물만 마시고 가게 했는가
--시집 '고향'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