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

가을새

윤재영 2006. 9. 21. 22:37

 

 

 

가을새

 

//윤재영

 

베란다 위 빈 화분에 밤새고인 빗물

화려했던 나뭇잎들 하나 둘 떨어지는데

한 마리 가을새 날아와 앉는다

 

파란색 힌 테두리 휘장을 쓰고

당당하고 날렵하게 서있는 모습

혼자이나 외로워 보이지 않다

 

누구를 찾는 가 두리번 거리는데

날 보러 온 것은 아닌 것 같고

어데서 날아왔나 어데로 가려는가

 

창안에 있는 내가 어찌하련만

급하게 몇 모금 목을 축이고

미련없이 후다닥 날아가 버린다

 

이렇게 들렀다 떠날 줄 알았더라면

맑은 물에 가랑잎 띄어 놓고서

한 상 예쁘게 차려 둘 것을

낙엽물만 마시고 가게 했는가

 

 

--시집 '고향'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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