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는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가 오면 민주당에 불리한데.” 남편이 걱정을 했다. 그 말의 뜻은 투표를 잘 안하는 사람중에 민주당인 사람이 많이 있어서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이 유리하고 낮으면 공화당이 유리하다는 거다. “하지만 오후에는 개인대.” 다시 신이 나서 말했다. 몇일 사이 날씨에 왜 관심을 두나 했더니, 그 이유를 이제사 알겠다.
오늘은 대통령만 빼고 주지사를 비롯해 모든 행정, 사법, 입법에 관련된 사람들을 뽑는 날이다.
난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지만, 남편이 많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나 모르게 그 당에 기부금을 내는 것을 보면, 소심한 남편 성격에 상당한 열정이 있는 거다. 남편이 그러는데 공화당은 부유층, 즉 경제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거고, 민주당은 서민층, 즉 서민이 잘 살아야 국가가 튼튼해 진다는 이념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고 한다.
“오늘 투표 할 거야?”
“누가 누군지 알아야 하지.”
“무조건 같은 당에 있는 사람을 찍으면 돼.” 물론 남편이 지지하는 당을 말하는 거다. 남편이 장난기 섞인 말투로 내게 던졌다. 치, 그러니까 일자 무식한 사람한테 펜을 주고 정해 진 곳에 동그라미를 치라는 거다. 그래도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은 배워서 알고 있다.
미국에 살면서 두어 번 투표를 해 보았다. 한 번은 아이들 가르키기 위해 아이들 데리고 갔었고, 한 번은 알라바마 법에 흑인과 백인의 결혼이 불법이라는 항목을 취소하는데 찬성하는 투표를 했었다.
이 번에 관심있게 본 것은, 그 카운티 (몇개의 시가 모여 만들어진 행정 구역) 담당 판사도 민주당 또는 공화당 대표로 출마를 하며, 그 지역 주민이 뽑는 거였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같게 된 것은, 몇 주 전 조카의 미국 거주 서류 문제로 법정에 갔을 때, 일을 맡아 주신 판사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그 판사가 우리 큰 아이를 안다고 하셨다. 그 분의 딸이 우리 아이와 같은 학교, 학년, 그리고 같은 밴드부에 있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같은 학부형이다. 그 분의 위치에서 그가 우리아이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러고 보니 참 인자한 판사이신 것 같다.
이제 투표를 하러 가도 전혀 낮선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난 투표하지 않을 거다. 개인적으로 만난 이 판사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나 이 분과 대응해 나선 공화당 후보에 대해 모른다. 개인적 감정과 정치를 결부시켜서는 안 될 것 같다. 공익을 위해 두 분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기 때문에 난 투표할 자격이 없으므로 기권한다. 그대신 어느 누구가 되더라도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고 따를 것이다.
남편이 출근 시간 전에 투표를 한다고 일찍 나갔다. 가슴에 ‘나는 투표했습니다’ 라는 하얀 딱지를 달고 집에 와서 자랑스럽게 내게 보여 주고 출근 했다. 나는 참여하지 않지만, 소신있게 어느 한 쪽을 선택해 권리를 행사하고 참여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흐믓하다. 이러한 권리 행사가 바로 자유 민주 국가를 받쳐 주는 내적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정법원에서: 왼쪽부터 앨랜 킹 판사, 조카, 나, 그리고 스프레인 변호사
2006년 11월 7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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