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아틀란타를 다녀와서: 병아리 똥구멍

윤재영 2006. 10. 17. 03:15

아틀란타를 다녀와서:

병아이 똥구멍

 

 

 

아틀란타에서 동남부 한글학교 대상 한글대회가 있어서 열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왔다. 마침 세라엄마가 운전을 하시게 되어 옆에 탔다.

 

혼자 다니는데 익숙해 지다보니 누가 옆에 있으면 오히려 부담스러워 진다. 다른 보다도, 말을 하다보면 뜻없이 말들이 의미있는 말로 와전되어 돌아다니다  삐딱하니 허름허름 형체도 구별할 없게 되어 귀까지 들어와 혼란을 일으켜서 그런다.

 

모두 합쳐 여섯시간의 거리를 차를 타야 하는데, 다행히 세라어머니는 평소에 나와 대화는 없었어도 사람을 편하게 주시는 분이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해도 감싸 주실 분이다.  종교가 다르고 나보다 다섯살 많으시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되지 않았다. 그런 떠나 우린 애들처럼 포도알의 씨앗을 뱃으면서도 함께 웃었다. 말한마디 하고는 낄낄거리고, 아무 뜻도 없는 말을 하고 낄낄거리고, 마냥 좋았다. 길가에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단풍이 지려고 들석들석한다. 차를 세워놓고 놀다갈까 하다, 시간이 없어서, 아니 고속도로에서 위험할까봐 그냥 지나쳤다.

 

세라 엄마가, 병아리 감별사라는 것을 처음알았다.

어머, 노란병아리 귀엽겠어요.” 봄나들이 병아이들이 눈앞 아른거렸다

 똥구멍을 눌러 똥이 나오면……때로는 똥이 얼굴에도 튀죠

에구, 더러워라꿈에서 깼다

한시간에 천마리를 정확하게 감별해야 하는데 귀여운것도 더러운것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하신다.

, 그렇겠네요.”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돌아갔다

 

아틀란타에 있는 대형 마켓 한국 슈퍼에 들러 짜장면 만두를 시켜 아이들과 점심을 먹었다. 시골사람 서울구경 처럼 신이 나서 두리번 거렸다. 북적북적 한국사람이 엄청 많다.다들 미국에 사연이 있겠지.

 

두개 감세개를 사서 계산을 하려는데 뒤에서,

  아줌마 새치기하네.” 젋은 남녀가 그런다.

 어머 그래요? 미안해요  하고 뒤로 물러났다. 생각해보니, 내가 자기네 보다 먼저 기다렸는데 줄이 엉성해서 그들이 나를 본거다. 그거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젊은이 들이 그래도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한테 말을 하는 투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가 어떻든, 그런 공공장소에서는 그저 몰랐다고 미안하다고하면 되는 거다.

 

생각지도 않게 아틀란타 편 부영사님과 대화도 나누고 저녁도 함께 먹는 기회가 되었다. 오후 내내 아이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모든 사람의 말을 들으시며, 지루해 하지도 않아 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워 보였다. 영사님께 고향시집을 건네드렸다. 명함이 없으니 시집이라도 드려야 겠다. 시집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말이라도 그렇게 주시니 기분이 좋다. (, 시집 읽지 마세요.)

 

컵을 생각하면 조금만 채워져도 고마운 것이고, 가득 컵을 생각하면, 조금만 부족해도 섭섭한 거다. 부족한 것만 생각하면 불평불만이 생기고 기분이 상하지만, 있는 것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기쁘고 감사하게 된다. 기대치를 높혀야 때도 있지만, 때로 기대치를 낮추어야 때도 있다. 우리는 서로를 기쁘고 행복하게 의무가 있고, 행복하고 기쁘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나의 선택에 달린거다. 내가 내게 해주는 말이다

 

 아틀란타 가는 길

 

 

10월 16일 2006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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