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큰 아이 생일
오늘 11월 2일 큰 아이 만 17살 되는 날이다.
그 때 이맘때, 아이를 낳으려고 오늘 낼 남산 만한 배를 가지고
안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하며
생살 찢어지는 진통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희비가 엇갈리던 순간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희열이었다.
나의 피와 살이었다
아이의 손가락을 세며
내 생명 다해 아이를 보살펴 주리라 맹세했었다
그랬다. 아이를 위해서는 세상 무서울 것이 없었던 모성이었다
지금, 아이를 보며 너무 낮설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꼬챙이 마냥 삐쩍 마른 아이
이 아이가 분명 한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였다
언제부터인가 대화가 끊기고
한가닦의 끈이 었던 탯줄도 끊겼다
아이가 운전을 시작했다. 차 키를 손에 쥐어 주며
그 날 부터는 내 손을 떠났다
그래도 오늘이 자기 생일인 줄은 아는 가 보다
몇일 전에 귀뜸을 주었다. 아니 요사이 오는 메일을 확인 하곤 한다
친적들이 보내 주는 돈으로 한동안 용돈을 쓸거다.
감사하다는 편지를 쓰라고 카드를 코 앞에 갖다 주어야
간신히 쓰면서. 몰라 몰라...
후회없이 그리고 너무도 행복하게 아이를 키웠다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아이가 내 손에서 벗어 나려 하면서
나도 아이에게서 미련을 떼야한다
무슨 기대를 할 것인가
어짜피 나는 주어야 하는 사람이니까
슬프다
훌쩍 훌쩍...으앙...
야, 인석아, 너 말야
너 자신만 알고 음식 투정 하고
빨리 대학을 가서 집을 떠나고 싶다고 했지?
그렇게 모질게 말을 해라
엄마는 뭐 감정도 없는 줄 아냐?
그건 그렇고
학교성적이 그게 뭐니?
엉엉...
그래, 다 내가 뿌린 씨앗이다
그것이 너와 나의 운명이겠지
그렇게 받아드리자
이제 네 인생 네가 이끌고 가야겠지
난 이제 네 뒤에서 받쳐주마
네가 끄는 대로...
2006년 11월 2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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