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큰 아이 생일

윤재영 2006. 11. 3. 04:56

오늘: 큰 아이 생일

 

 

오늘 11월 2일 큰 아이 만 17살 되는 날이다. 

그 때 이맘때, 아이를 낳으려고 오늘 낼 남산 만한 배를 가지고

안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하며

생살 찢어지는 진통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희비가 엇갈리던 순간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희열이었다.

나의 피와 살이었다

아이의 손가락을 세며

내 생명 다해 아이를 보살펴 주리라 맹세했었다

그랬다. 아이를 위해서는 세상 무서울 것이 없었던 모성이었다

 

지금, 아이를 보며 너무 낮설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꼬챙이 마냥 삐쩍 마른 아이

이 아이가 분명 한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였다

언제부터인가 대화가 끊기고

한가닦의 끈이 었던 탯줄도 끊겼다

아이가 운전을 시작했다. 차 키를 손에 쥐어 주며

그 날 부터는 내 손을 떠났다

 

그래도 오늘이 자기 생일인 줄은 아는 가 보다

몇일 전에 귀뜸을 주었다. 아니 요사이 오는 메일을 확인 하곤 한다

친적들이 보내 주는 돈으로 한동안 용돈을 쓸거다.

감사하다는 편지를 쓰라고 카드를 코 앞에 갖다 주어야

간신히 쓰면서. 몰라 몰라...

 

후회없이 그리고 너무도 행복하게 아이를 키웠다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아이가 내 손에서 벗어 나려 하면서

나도 아이에게서 미련을 떼야한다

무슨 기대를 할 것인가

어짜피 나는 주어야 하는 사람이니까

 

슬프다

훌쩍 훌쩍...으앙...

 

야, 인석아, 너 말야

너 자신만 알고 음식 투정 하고

빨리 대학을 가서 집을 떠나고 싶다고 했지?

그렇게 모질게 말을 해라

엄마는 뭐 감정도 없는 줄 아냐?

그건 그렇고

학교성적이 그게 뭐니?

 

엉엉...

그래, 다 내가 뿌린 씨앗이다

그것이 너와 나의 운명이겠지

그렇게 받아드리자

이제 네 인생 네가 이끌고 가야겠지

난 이제 네 뒤에서 받쳐주마

네가 끄는 대로...

 

 

2006년 11월 2일

윤재영 

 

 

 

 

 

 

 

'그룹명 > 일기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할머니와의 약속  (0) 2006.11.10
투표하는 날  (0) 2006.11.08
아틀란타를 다녀와서: 병아리 똥구멍  (0) 2006.10.17
삶의 방향  (0) 2006.09.22
가을 하늘 에어 쇼  (0) 200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