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소중한 만남

윤재영 2007. 4. 26. 04:05

소중한 만남: 아틀란타에 다녀와서

 

 

 

언제인가 동남부 신문에서 아틀란타 여성 문학회에 대한 기사를 읽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잊고 있었다.

 

한 달 전, 아틀란타에서 있었던 동남부 교사 협의회에 갔다가 최정선시인님을 만났다. 인사 소개를 통해 각자 쓴 시집을 주고 받았다. 최시인님이 아틀란타 여성 문학회 회장님이란 것을 그 때 알았다. 이렇게 우연히 인연이 되었다.

 

최선생님이 다음 달에 모임이 있는데 오라고 하셨다. 지키지 않아도 되는 초대일 거라 생각했고, 갈 수 없다고 말을 늘어 놓을 상황도 아니고 해서 그냥 하고 대답했었다.

 

그 후 이 주가 지났다. 최선생님한테서 뜻 밖에 전화가 왔다. 모임에 참석 뿐만아니라 강의를 해 달라고 하셨다. 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데 강의를 한다는 것은 언감생신이라 했더니, 어떻게 시를 쓰고 있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고, 등등 나 자신의 시적 삶에 대해 나눔을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하여, 조카를 데리고 그레이 하운드 버스를 타고 아틀란타로 나들이를 떠났다. 집에서 나온지 다섯 시간이 되서야 아틀란타 시인님들과 랑데뷰를 할 수 있었다. 오후 세 시가 넘었는데 나 때문에 아직 점심을 못들고 계셨다 한다. 근사한 음식점으로 안내되었고, 은대구를 시켜 주셨다. 왜 은대구라 했을까? 은빛이 나는가 실 눈을 뜨고 보았지만 조린 간장색만이 식욕을 돗구었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었다.

 

최선생님이 계신 신문사에서 모임이 있었다. 긴장했지만 먼저 시집  너만 행복하면 되었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갔다. 중간 중간 박수를 쳐주시니 용기가 났다. 강의가 끝나고 김복희님이 시 낭송을 하셨다. 듣다 보니 귀에 읽은 글귀였고, 거의 끝 날 무렵에 가서야 그 글이 내가 쓴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 분의 낭송에는 죽은 것도 살려내는 그런 힘이 있었다.  복잡한 눈물이 흘러 내렀다. 

 

늦은 저녁 최선생님댁에서 여러사람이 함께 모였다. 서로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허심탄애하게 대화를 나누니 피곤하기는 커녕 시간이 금방 가벼렸다. 최선생님은 지도자로서 카리스마르 가지고 계신 것 같다. 옥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이리라. 

 

밤 열두시, 사람들을 배웅을 하고 최선생님과 근처 호숫가 의자에 앉아  찬바람을 쐬었다. 고요한 호수에 비친 건물 그림자들, 누구는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 퐁당 빠졌다더니, 나 또한 환상에 빠져 드는 듯했다. 오리 몇마리 날아 와 물결을 흩뜨려 제 정신 찾아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들어왔다.

 

마른 오징어, 낙지, 쥐포 등을 풀어 놓고 다시 이야기 보따리가 터졌다. 새벽 두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한참 달콤하게 자고 있는데 요란한 전화소리가 짜증나게 울렸다. 싱싱한 아이스크림이 털썩 바닥에 떨어진 기분으로 깼다.

 

정시인님은 회사 사장님이라고 하신다. 사장님은 피곤하지도 않고 잠도 덜 자도 되나보다. 어제 하루 종일 운전해 주셨고, 늦게까지 함께 계셨고, 이른 아참 어느새 곱게 단장하시고 오셨다. 우리가 준비하는 동안 딸기 멜론 쥬스까지 만들어 주시고는 멋진 까페에가서 차를 마시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 햇살 밝았지만 정시인님의 모습과 마음으로 더욱 화사하게 빛났다. 

 

하루 일정을 맡치면서, 최선생님께서 차비와 강사료를 주셨다. 문학회 발전을 위해 쓰시라고 돌려 드리려하자 받지 않으셨다. 초대해 주시고, 대접도 푸짐하게 받았는데, 돈까지 받으니 풍성했던 마음이 가난해지는 것 같다. 어제 밤 오리들이 고요한 물을 흩뜨려 놓 듯 마음이 흔들렸다.

 

황시인님, 손바닥 들여다 보듯 자세하게 아틀란타 관광 안내를 해 주시고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 주셨다. 이렇게 멋지게 사시는 분들을 대하며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착각할 정도였다.

 

버스를 타자 그동안에 피로가 밀어 닥치며 몸이 풀어 졌다. 한 잠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 버스는 달리고 있었다. 고맙게도 해가 서산에 반쯤 걸려있었다. 마지막 지는 해를 배웅하며 유정의 미를 거두고 고운 추억을 접었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다는 것은 어떤 재물만큼이나 소중하고 값진 것이다. 나이가 든 이 시점에서, 고향같이 편안하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같고 싶고, 그리고 또 친구가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고 있음이다.

 

 

 

 쳣째 줄 맨 오른쪽--윤재영

 

2007년 4월 25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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