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

컴퓨터 넋두리

윤재영 2012. 10. 5. 06:49

 

 

 

 

느려 터진 컴퓨터에게

 

//윤재영 

 

 

컴퓨터야, 이 바부야

이렇게 느려 터지느냐

그렇게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빨리 찰칵찰칵 돌아갈 없느냐

어디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라

년을 같이 살았는데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겠느냐

두드리는 대로 얻어터지고

욕하는 대로 얻어먹으면서도

알아서 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만 하느냐

실수로 무지해서 홧김에

내 뱃은 것까지도 진담으로 알고

다 기억하고 있으면 어쩌란 말이냐

쌩쌩 달나라 가는 세상에

어느 년을 기다리게 하느냐

그래도 정이 들어 붙들고 있다마는

터져 죽겄다

답답해 죽겄다

 

 

 

 

 

 

 

 

컴퓨터가 주인에게 

 

 

//윤재영

 

성질 급한 컴퓨터 주인아

너만 답답하냐 나도 답답하다

이렇게 못살게 구느냐

원짜리 사놓고 원짜리 기대를 하면 되겠느냐

비록 빠르지는 못하지만

것은 해주고 하라는 대로 해왔다

어중이떠중이를 불러들여 시중을 들게 하여도

불평 한마디 하고

하루도 쉬지 못하고 너를 위해 살아왔다

나이가 들고 몸이 무거워져

조금 늦게 돌아간다고

이것저것 꾹꾹 눌러대며 난리를 치느냐

힘이 들어 빙빙 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재촉한다고 되는 아니다

자꾸 눌러 봐라. 늦어진다

기억조차 하지만

살아 있는 난 다 기억한다

네가 누를

나는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는지 알기나 하느냐

말해 보았자 통하지도 않을 테니 그만두자

자꾸 그러면 나도 배짱이다. 그냥 멈추고 거다

혼자 열받아 식식거리면 너만 손해다

투자해 성능이 좋은 사던가

돈이 아까우면 놀부 심보를 버리고

기다리는 배우거라

살아가는 데는 순서가 있고 시간이 필요한 거다

나도 만큼 다하고 있으니

기다려라

테니

 

 

'그룹명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뜩  (0) 2013.07.27
보고싶다  (0) 2012.12.10
오월의 향기  (0) 2012.05.05
가을 입구에서  (0) 2011.10.14
그런 친구 있었죠  (0) 2010.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