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수필-리커스토어

윤재영 2014. 9. 23. 06:35


리커스토어

 

윤재영

 

 

술은 마시는 걸까?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만 저녁 모임에 나가면 술은 당연히 있어야만 하는 것이 되었고 누군가 따라 주면 맛도 모르면서 그냥 마시고 본다. 또한, 양식 테이블을 차릴 때면 예쁜 와인 잔이 있어야 마무리가 되는 같다. 한두 잔은 몸에도 좋다고 하니 분위기도 맞출 마신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게 되면 그에 따른 문제가 생긴다.

교직에 계시던 친정아버지는 평소에 말도 없으시고 존경을 받으셨지만 술을 좋아하셨다. 퇴근 곧바로 집에 돌아오신 적이 별로 없는 같다. 그러다 때로 만취가 되어 오실 때는 멀리서부터 노랫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문밖으로 뛰어 나가는 어머니의 달래는 소리와 아버지의 취기가 섞여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동네가 떠들썩해진다. 우리는 자는 척하고 있지만 아니나 다를까 일일이 깨워 앉혀 놓고 너희가 원하는 다해 줄게하시며 장황하게 늘어놓으시는데 그게 싫었었다.

술이라 하면 시댁도 만만치 않다. 월남전에 참여하셨던 시아주버니는 전쟁 트라우마가 있으셨다. 크리스마스이브 적군에게 포위되어 교전하는 사이 헬리콥터로 구조되면서 함께하던 동료와 도움을 주던 사람이 생사를 달리했다고 한다. 못할 전쟁의 잔인함을 가슴 속에 품고 계시기에 술에 의존하게 되셨는지 이해가 같다. 혼자 생활하시며 돈으로 내가 마신다고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니 또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양쪽 안에 술에 대한 역사가 있으니 사이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도 사춘기가 되자 비켜갈 없는 과제가 되었다. 특별한 날에 마시려고 아껴 두었던 양주가 있었는데 어느 누군가 마셔버리고 맹물로 채워 놓았다는 것을 알았다. 다들 잡아떼는데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었다. 화가 부들부들 떨었지만 안에 누구도 그랬다는 소리에 천지개벽할 일이 아니란 알았다.

술은 아무리 자주 많이 마셔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마시기 시작하면 의존증 , 알코올 중독에 걸리는 사람도 있다. 중독은 스스로 자제할 없는 병이기 때문에 말로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앞에 놓고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오래전 담배를 끊었어도 냄새를 맡으면 유혹이 생긴다고 한다. 비록 끊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있는 사람도 함께 치료를 받고 하루하루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아이에게 이런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나마 얼마 남아 있던 술에 대한 로망이 미련없이사라졌.  

번은 동생이 한국에서 놀러 축하 보관해 두었던 양주를 내놓았다. 병을 마시고 그만하기로 했는데 소귀에 읽기로 가져오라고 했다. 오만가지 생각에 불쑥 오기가 생겼다. ‘그래? 그러면 마실 때까지 마셔보자 병을 잔에 부었다. 한잔 마시고 나니 번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연거푸 꼴깍꼴깍 마시자 놀란 남편은 잔을 빼앗더니 나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 정신은 말짱한데 다리가 풀려 그만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동안 살아왔던 삶이 북받쳐 엉엉 울음이 터져 나왔다. 방안이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고 속이 메스꺼워 죽는 알았다. 이후 아무도 자를 입에서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리커스토어 하시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며칠 동안 가게를 봐달라고 부탁받았다. 술에 사람이 술을 팔아야 한다니 삶은 때로 아이러니하다. 많이 팔린다고 좋아할 수도 없고 먹고 살아야 하는데 손님이 없어도 그렇다. 예수님께서도 포도주를 드셨다고 하는데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닐 것이다. 세상살이 어떤 것이든 과하면 독이 된다. 적당한 선에서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심스럽게 봉지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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