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수필-스파키의 추억

윤재영 2014. 11. 29. 06:42


스파키의 추억

 

윤재영

 

 

개띠인 나는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귀여운 강아지를 마리를 데려오셨는데 얼마 살다 부뚜막에서 연탄가스를 맡고 죽어버렸다. 살리려고 애를 썼으나 허사였다. 고개를 들어 마지막 인사를 하는 우리를 번씩 돌아보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다시는 개와 정을 들이지 않기로 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크면서 개를 키우자고 하루같이 졸라대어  없이 결정을 내렸.

하고많은 종류 중에 하필 비글을 샀는지 그건 운명이었다. 신문 광고를 보고 시간 넘게 운전하여 전문으로 키우는 곳에 갔다. 가장 팔팔한 녀석을 고른 것도 실수였다. 사냥하는 것이 본성이라 활동을 좋아하므로 안에서 키우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몰랐다. 그와 함께 살았던 7년은 악몽이었다.

신발을 물어뜯고 쓰레기통을 엎어 놓고 식탁에도 올라갔다. 혼을 내도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훈련 학교에 보내야 했다. 테이블 위에 신맛이 나는 것을 놓아 보기도 했고 말을 들을 잡아당기면 목을 조이게 하는 쇠사슬을 걸기도 했다. 그런데 졸업식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남들은 그동안 배운 것을 뽐내며 행렬 하고 있는데 남편은 귀퉁이에서 개를 달래느라 진땀 빼고 있었다. 난리를 치고 짖어 대서 쫒겨 났다는 것이다. 결국, 꿈은 깨지고 개 나 상전이 되었다.

거실과 주방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날뛰기 시작하면 정신이 없다. 목욕을 시키려면 전쟁을 치러야 했다. 동네에 낯선 사람이나 차와 우체부 차가 지나가면 쫓아가서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짖어 댄. 그랬음에도 남편은 개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었다. 개도 남편을 무척 따랐다. 퇴근할 때면 쏜살같이 뛰어 나가 매달리며 꼬리를 쳤다. 안에서도 졸졸 따라다녔다. 어느  집에 혼자 있는데 개 침대 남편 베개 맡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내려오라고 소리 지르자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잡아먹을 으르렁거렸다. 더는 한집 지붕 밑에서 살겠다고 남편에게 선택하라고 했다.

수소문해서 외진 곳에 넓은 땅이 있는 지인에게 주기로 했다. 바리바리 챙겨 데려다 주었다. 시름 놓고 팔자 펴고 자는가 했더니 다음날 전화가 왔다. 그놈이 구석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고 밤새 짖어 대서 키우겠다고 해서 데려왔다. 신문에 광고 냈더니 키우겠다는 사람이 와서  바리바리  주어 보냈다. 한숨 놓기가 무섭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동물 애호가 단체에서 왔다. 개를 실험실에다 판다나 어쩐다나 하며 빨리 데려오라고 했다. 마음 약한 남편은 가서 다시 데려왔다. 지독한 악연이다.

집을 나가면 좋다고 하지만 저녁때는 어슬렁거리고 기어들어 온. 그런데 하루는 시간이 훨씬 넘었는데 들어오지 않았다. 늦은 남편은 플래시를 들고 찾으러 나갔다. 시간 헤매다 그냥 돌아왔다. 다음날 퇴근하자마자 나갔고 저녁 먹고 나갔다. 평상시 데리고 산책했던 호숫가를 중심으로 마을 주변을 누비고 다녔다. 초췌해지는 남편을 보자 겁이 났다. 개가 없으면 해결될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처음으로 개를 찾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일째 되는 둘은 승승장구하여 집에 들어왔다. 내가 졌다.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

평화로운 어느 오후 집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개 어슬렁거리며 어디로 가고 있었다. 차 창을 열고 “스파키, 집에 가자.”하고 부르자 힐끗 쳐다보았다. 따라오는 것을 보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조금 있자 뜰에서 일하던 남편이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달리는 차를 따라가다 치어 죽었다는 것이다. 믿어지지 않았다. 남편이 마침 바로 거기에 있었기에 너무 다행이었다. 그는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고 개답게 멋지게 살고 갔다. 죽음을 알았을까? 가끔 마지막 쳐다보았던 슬픈 눈빛이 가슴에 맺힌다





201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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