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운전기사를 하며

윤재영 2014. 12. 18. 12:33


운전기사를 하며

 

                윤재영

 

하이웨이 운전 공포증이 있다. 옆에서 차들이 쌩쌩 달리면 들이받을 같고 통제가 같아 불안해진다. 갑자기 일이 닥치면 사슴이 불빛에 얼어버리듯 판단력을 잃고 제자리에 서버릴 같다. 타고 것도 있겠지만 늦게 배운 데다 남편한테 의존하다 보니 그렇게 같다.

얼마 기관이나 단체에 통역과 교통을 알선해주는 사업을 하는 지인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남미 사람으로 스페인어가 모국어였다. 한국어 영어 통역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와준 것이 인연이 되었다. 느닷없이 전화가 와서 다음날 어떤 사람을 병원으로 데려다 주고 기다렸다가 다시 집으로 데려다 주라는 것이었다. 그런 일을 부탁하다니 귀를 의심했다. 일하는 사람한테 문제가 생겨 대신할 사람이 없다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여 얼떨결에 대답은 했다.

보아하니 손님이 남자인 데다가 동네도 안전하지 못한 곳이라 아무래도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착한 멕시코 노인이라는 말에 마음이 약해져 봉사 차원에서 주기로 했다.

다음 아침 일곱 편안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내비게이션에 따라가다 보니 꼬불꼬불 숲이 우거진 낯선 동네가 나왔다. 폐허가 주위에 쓰레기가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고 앞쪽으로는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집들이 있었다. 곳을 같았지만 아침에 무슨 일이 있겠는가 싶어 마음을 달랬다. 번호를 찾느라 천천히 차를 몰며 기웃거리는데 미터 전방에서 검은색 옷에 바지를 엉덩이에 걸치고 달린 모자를 뒤집어쓴 흑인 남자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얼른 페달을 밟아 그곳을 벗어났다. 주소를 확인한 결과 엉뚱한 곳에 가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로 소통하며 가라고 하는 대로 가보았지만 거기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푸념을 늘어놓는데 저만치서 남자가 손을 흔들며 헐레벌떡 뛰어 오고 있었다. 내가 태우고 가야 사람이었다. 병원에 사람이 저렇게 뛰다가 심장이라도 멈추면 어쩌나 싶었다. 노인이라고 하여 거동이 불편한 사람인 알았는데 건장한 육십 아저씨였다.

동네를 지나가는 일반 도로가 있는데 그는 하이웨이 쪽을 가리켰다. 된다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모질게 마음을 먹고 바짝 신경을 곤두세워 진입에 성공했다. 한숨을 돌리기 출구로 빠져서 다시 다른 하이웨이로 진입하라는 거였다. 가슴이 뛰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진땀이 났다. 초보 운전에 입이 마르고 속인 타들어 가는 것을 사람이 리가 없었다. 필요도 없었다. 경험이 있는 베테랑처럼 달렸다. 십년감수하고 임무를 완성해 냈다.

며칠 급한 사정이라 하여서 해주기로 했다. 삼십 분이면 것을 일반도로로 시간이 걸려 찾아갔다. 환자인 알았는데 놀랍게도 키가 훤칠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생긴 멕시코 청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상황으로 도움을 있어야 하는지 내가 바가 아니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 영어를 전혀 하며 미국에서 어떻게 생활할 있는지 의아했다. 하이웨이로 가라는 것을 안된다고 손사래를 치고 아는 동네 길로 갔다. 혈기가 넘치는 사람이 벌벌 거리며 운전하는 아줌마의 차를 탔으니 무척이나 답답하고 황당했을 거다. 운전대를 주면 얼른 하겠다고 했을 같다. 그가 나를 태워 주어야 같은데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었다. 다행히 그는 자상했다. 무초스 그라시아스 (감사합니다) 나다 (천만에요) 번씩 발음을 고쳐 주었다.

젊은이를 맡아달라는 것이 이제는 아예 운전기사로 채용할 작정인 모양이다. 스페인어 개인지도 받을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깝지만 손님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였다. 다시는 못하겠다고 부러지게 의사를 전달했다. 누구에게나 각자에게 맞는 일이 따로 있다. 운전은 아무래도 적성이 아니란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딛고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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