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마지막 미사를 드리며

윤재영 2006. 1. 8. 12:02

마지막 미사를 드리며

 

윤재영 요안나 (알라바마 버밍햄)

 

그렇게 고대하던 성당이 준비되었다. 조영현 미카엘 신부님 삽자루 드시고 다윗 사목 회장님 비롯해 형제 자매님들 밤낮으로 수리 공사하셨다. 성당으로 이사하기 마지막 미사를 드린다.

십여 동안 차고를 수리해 성당으로 써왔다. 비록 차고 성당이었지만 공동체 형제 자매님들의 정성과 땀으로 꾸며진 곳이었다.  예수님은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는데 그곳에 비하면 우리 차고 성당은 훨씬 아늑한 곳이었다. 문턱도 없이 가까이서 주님을 대할 있었던 것이 얼마나 영광이었던가.

가족 때문에 미국성당을 나가지만,  한인 성당은 나의 마음의 고향이고 한인 공동체는 친정집과 같다. 오늘 아침 금요일, 한인 성당 가는 날이다. 늦을 새라 준비하고 달려간다. 언제나 그랬듯이, 막달레나 아주머니 먼저 오셔서 미사준비 놓으시고 반갑게 맞아 주신다. 성당 청소 정리하는데 도와드리지 못해 신부님 그리고 아주머니 뵙기도 죄송하다. 지금 미사시간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다. 마음을 고쳐먹는다. 

제대 앞에 꽃이 마치 주님이 미소를 보내시는 같다. 그러고 보니 제단 앞에   한번 제대로 봉헌하지 못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부끄러운 생각 하라고 제대 앞에 꽃이 놓여있는 것이 아닐 거다. 기쁜 마음으로 미사를 드리면 봉헌해 주신 자매님들의 사랑과 봉사에 보답하는 것일 거다.

독서를 맡았다. 기쁘게 당당하게 제단에 올라갔다. 구두를 신어서 그랬다.  전번엔 신는 슬리퍼 신고 가서 신부님이 흉보실 같아 창피했었다. 이렇게 아직 철이 들었다. 미사 도중인데 유혹인지 잡념인지 샛길로 자꾸 빠진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미사를 시작해서 그럴 거다. 다음부턴 일찍 , 미사 전에 마음을 비우고 준비를 해야겠다. (주님, 부족하기만 자신입니다.) 주님의 옷자락을 붙들고, 넘어졌다 일어나고 넘어졌다 또다시 일어난다.  

그동안, 김성규 요한 신부님 거친 풀밭 다듬어주시고,  최광조 프란치스코 신부님 사랑 심어주시고, 류영현 예로니모 신부님 기반 잡아주셨다. 박도식 신부님, 안나 수녀님, 영성 키워주시고. 신부님이 끝으로 마무리해 주신다. 주님의 섭리는 이렇게 놀랍게 전개되는가 보다.

성당으로 옮기며 마음의 준비를 본다. 접을 것은 접고, 잊을 것은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우리 더욱 성숙한 공동체로 주님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신자 수가 적은 만치 우리는 사람이 오십 아니 명의 몫으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각자의 길이 있을 것이다. , 성모 어머님의 자애로운 마음을 닮고 싶다. 목마른 사람에게 시원한 물을 주시는  그런 성모님의 손이 되고 싶다.  모든 이의 기쁨을 진심으로 기뻐해 있는 마음을 가질 있도록 간청드리고, 고통과 아픔 속에 있는 형제자매님들에게 주님의 따뜻한 손길이 닿기를 기도드린다.

버밍햄 한인 천주교회, 성전 건립을 위해 봉사, 헌금, 그리고 기도해주신 모든 신부님 수녀님 형제 자매님 감사합니다.

 

 

2005년 1월 7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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