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한밤에 쪽지

윤재영 2006. 3. 16. 14:29

한밤에 쪽지

 

 

그러니까 한국시간 새벽 2 조금 넘어서이다. 미국시간 아침 11, 한참 조용한 시간에 다음 어느 카페에서 '더 이상 사용 안합니다. 삭제해...' 라는 닉을 가진 사람으로 부터, 쪽지가 팅하면서 떳다. 누군가 이시간에 찾아준다? 반가웠다. 첫 번째 문장은 쪽지가 온 것이고, 두 번째 것는 내가 대답을 보낸 거다, 괄호안에 것은 내가 토를 단 것이다

 

혹시 어느대학 다니십니까?

오잉?

       (뭔 대학?)

맞습니까???

뉘?

(그 카페에서는 활동도 안하는데 날 어떻게 알았을까?)

윤재영 어느학과 04학번 맞지?!!!

흐메...아닌디...

(어디서 뭘 보고 서리)

...쏘리~!

방가...

(하여튼 심심할때 찾아주니 반갑다)

혹시... 남자?

아니... 여자

 (히구...너 란다...괜히 대답했다...너 먼저 밝히라고 할 것을...)

혹시 22?

먼저...몇살?...누구?...?

(얼씨구? 무례하군...먼저 밝히는 것이 상식이거늘...)

나이가 어케 되세요?

으흠

 (이제 좀 먹히는 군...그래도 자신을 밝히지 않으니 무례하군)

안하면 오빠한테 혼난다~

ㅎㅎㅎ

(오마나....오빠?...이런 날벼락이...혼이 나면 어티게 혼이 나는 건데?)

나이가 실레지만 어케 되십니까?

(안되겠군)

말하면... 친구해줄께......

먼저 밝혀야...

(이것 봐라?내가 친구가 그리워 환장했는지 아는 갑다)

28, 28

이케 만난 것도 인연인데... 원하시오?

(히구아들 같은 넘이)

나이가 몇살 이십니까~!?!?!?

할망구...

(그래도 또 나이를 물어본다?)

몇살 정확히~! 너무 어리거나 너무 많으면.... ...

...할망구랑께...좋은시간 되시우...

(어리거나 많으면? 그래서 어떠타는 건데? 몇살이 어린거고 몇살이 많은 거람?)

좋소... 원하십니까~!

원하는기 없는디...

(아니좋기는 뭐가 좋고, 내가 언제 뭘 원한다고 했는감?)

있습니다~! 혹시 폰을 원하십니까~?

폰도 있고...냄푠도 있고 자슥도 있고... 있소

(히구...글쿠보니, 전화 장사 였구만

근데, 요사이 전화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전화를 원하는 감?)

... 좋은거 있어서 교체해 줄라 했는데...

그럼...안녕히...

(한밤중에 전화를 교체?  말도 안된다...그만 두자)

네.

(끝)

 

은근히 겁이 났다. 무서운 사람일까봐. 놀랍게도 깨끗하게 끝내 주었다.

살다보니 희안한 일도 다 있다.  드리워진 낚싯대에 입질 함 해보았다

 

 

 

2006년 3월 14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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