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튕기다
모임에 오라하여 다녀왔다. 어린아이 엄마 따라 가듯 아무생각없이 쫄랑쫄랑 따라 갔다가, 귀신에게 홀린 것 처럼 생각이 흐트러졌다.
죽을 때까지 가져갈 수 있는 의미를 찾으라는 좋은 말씀을 몇시간째 들었다. 좋은 말은 아무리 오래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잠시 휴식 시간에 강론해 주신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나와 함께 다니던 일행중 한 분이 사이에 끼어들어 대화가 끊겨지고,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 분은 ‘누구구요, 뭐하고요, 언제나 소녀같아요."하시며 강론을 맡으신 분께 소개를 하시는 거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너무
민망하다. 이런일이 한 두번 있는 것이
아니다. 매 번 나를
따라다니며 나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거다. 내 미치겠다.
나와
무슨
웬수가
졌는가
모르겠다.
분명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는
것이
원칙이라지만,
그래도
야속하다.
몇번
그러지
마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내가
괜히
그러시는
줄
아는가
보다.
말이
안통하니,
그냥
당하고
만다.
내
십자가인가
아니면,
내가
덕이
부족한건가.
강론이
다시
시작되면서,
강론하시는
분이, 나를 지적하시며, 어떤
이상한
이름을
대며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지 내게
물어보신다.
여러사람
앞에서
난,
“처음들어
보는
이름인데요.”
밝혀야
했다.
“아주
유명한
책을
쓴사람인데…”
하시는
말이,
내
뒤통수를
한대
후드려친다.
(무슨
박사란사람이
그것도
모르냐? 사람들이 그렇게 말할
것 같다. 사실 그런말 많이 들어보았다) 나
무슨
죄진
사람같다.
나를
그런
위기
속에
넣어
버린
그분
한테 화살이 날아간다.
나는
그렇다 치고, 강론하시는
그
분은
또 내가 얼마나
부담이
되겠는가?
그건
그렇고,
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수한
자리에서,
껍데기를
씌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무엇을
하여
벌어먹고
살고,
과거에
무엇을
했는가를
밝혀야
하는가?
올가미에
걸려 들면 맥을
못추겠다. 맨발로
마음껏
뛰어
놀고
싶은데,
사람들의
기대치가
있기에
그에
맞추어,
어깨에
힘을
주고
아는
척해야 하니 부담이 되는
거다. 박사,
교수하면
세상만사
다
알아야
할
것
같고,
아는
사람같은
편견이
생긴다. 시인하면 글을 잘 쓰는
줄안다. 그렇게
되면,
부담이
되고
주눅이
들어
제대로
사람행세를
못하게
된다.
대통령이나
거리에
집없는
사람이나,
직업이
그
사람의
됨됨이는
아니다.
맑고
순수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지,
무엇을
해서
벌어먹고
살고,
무슨
업적을
지어
놓은
것이
그
사람이
아닐
거다.
교사로서,
교단위에
서면,
그
순간
그
자리에서는
난
아동학
박사이다.
하지만
교단을
내려오는
순간
난
한
사람이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우리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그
제자
선생님들
앞에서
난
머리를
조아리는
아이의
단순한
엄마인거다.
생각은
잘
하면서,
사람을
만나면
말을
못하겠다.
글로
쓴
생각은
다시
읽어
보고
고칠
수가
있지만,
말은
한
번
뱃아
놓으면
다시
집어
삼킬
수가
없으니
조심스러워서
그런다.
무슨
교수가,
글을
쓴다는
사람이
저렇게
말주변이
없나
할거다. 그래서 여러사람 모이는 모임에
다녀오면 흙탕물 뒤집어 쓰고 오는 기분이다. 그래도
이렇게
엉클어진
가슴을
글로
풀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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