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아이

윤재영 2006. 3. 29. 03:45

2006 3 28

 

보내는 연습

 

아이가 도데체 말을 안하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내 책임일거다. 나는 나대로 아직 아이에 대한 기대가 높고, 아이는 아이대로 자기만의 주관이 뚜렸이 있음이다.

 

몇 달사이 큰아이와 (고등학교 2학년) 나 사이에 관계가 변한 것 같다. 아이가 내가 무슨말을 하면 받아드리는 것이 아니라 부담스러워 한다. 내게는 아이가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데, 배울 것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아이는 엄마가 자기 삶에 너무 간섭한다고 한다. 이 말은 아이가 유치원때 처음 들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 때고 지금은 심각한 문제다.

 

사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침부터 잘 때까지 잔소리다. 생각해보니, 나도 한 때 우리 엄마 잔소리가 지겨웠었다. 우리아이도 나의 잔소리가 지겨울 거다. 어떻게 이런 엄마가 되었을까? 아이의 흩뜨러진 긴머리, 구겨진 옷, 편식, 티비를 키면 끌지를 모르는 것, 왜 그케 내 맘에 안드는지 모르겠다. 아이와 마주하는 시간은 학교를 데려다 주고 데려올 때 차안에서 저녁때 식탁에서 인데, 그 시간은 아이가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고문의 시간이다. 얼마나 싫을까? 아이가 빨리 대학을 가서 엄마와 떨어지고 싶다고 하는 말이 나올만 하다. (히구, 인석아, 나도 잔소리좀 안하고 오손도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즐겁게 보내고 싶다구)

 

어제 늦잠자는 것을 깨웠다. 오늘은 깨우지 않았다. 작은 아이들을 먼저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큰아이 첫 수업을 빠져야 할 만큼 늦었다. 이 번 주말 수학 경시 대회 준비를 하는데 그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 문제는 아이에게 맡기려고 한다. 아이가 성적이 올라가고 대회에 나가 상을 타오고 하는 것이 엄마가 하라고 그래서, 엄마를 위해서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이가 잘되는 것을 보는 것이 부모의 기쁨이다. 하지만 그건 아이를 위한 것이지 나의 인생은 아니다. 지금까지 엄마의 등살에 못이겨 여기까지 왔다고 하자. 이제 바톤을 넘겨준다. 이만큼 왔으니 이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임지는 연습을 시켜주어야 한다.

 

피아노, 태권도 초등학교 일학년 부터 시작했다.  나도 교육의 의무를 해야하니까, 내가 해주는 밥을 먹는 동안에는 무조건 레슨을 받게 할 거다. 하지만 연습을 하고 안하고는 아이에게 맡길거다.

 

누구나 한 번은 방황해야 한다. 길을 잃어보는 아픔이 있어보아야 한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품에서 놓아 주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를 더 약하게 만드는 것 같다. 불안불안하지만, 눈물을 삼키고, 에린 가슴을 먹어야 한다.

 

앞으로 대학가기까지 이년 남았다. 나도 준비를 해야 한다. 애착할 때는 애착할 때고 손을 놓을 때는 놓아야 한다. 결국 아이의 인생이다. 내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준비를 시켜야 한다. 아직은 친구처럼 대화할 수 없고 완전 독립시켜 줄 수 없다. 넘어져 다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곁에서 봐주어야 한다. 침묵을 지키고, 두고 보며, 어느 선에서, 아이가 선택하는 것을 인정해 주는 거다. 어항에서 살던 고기가 바다에 가서 살아 갈 수 있도록 물을 바꾸어 주는거다. 기다릴 거다 기다릴 거다. 아이가 내게 찾아 오기를

 

 

 

2006년 3월 28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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