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학교를 옮겨주어야 하나?

윤재영 2006. 3. 31. 01:44

학교를 옮겨주어야 하나?

 

 

큰아이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개를 알고, 작은아이 열개를 가르쳐 주면 한개를 알까말까, 아니 오히려 혼돈을 준다. 큰아이 아빠를 닮았고, 작은아이 닮았다. 열개를 가르쳐도 안되는 아이는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배울 준비가 안된 아이를 들고 보았자 받는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고, 아이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그리고 보니 나도 답답한 어린이였었다. 초등학교 삼학년까지 조회시간에 오른쪽 왼쪽을 구별 못해서 옆에 똑똑한 아이를 보며 눈치로 방향을 잡았다. (, 그리고 보니 나보다 멍한 아이도 있어던 같다. 적어도 조회시간에 오른쪽하는데 왼쪽으로 돌아 선생님한테 얻어 터지지는 않았다.) 혼돈이 왔을까? 그건 선생님말씀을 너무 잘 들어서였다. 먹는 손이 오른쪽이고, 오른쪽으로 돌라고 하면 밥먹는 손쪽으로 돌면 된다고 했는데, 이 밥 먹는 손을 왼쪽으로 돌리면 왼쪽이 오른쪽이 되는데...흠흠흠...그때는 나만의 심각한 비밀이었다.

 

분명 우리 작은아이도 이해가 안가는 것이 많을 거다. 그러니까 수학문제를 문제까지 바꾸어 가며 푸는 걸거다. 문제가 변형이 되면 문제가 잘못된거다하고 생각할 거다. 게다가, 같은 문제를 푸는데도, 내가 집에서 가르쳐 방법과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방법이 가끔 다르니, 아이가 더욱 혼돈할 밖에 없을 거다.

 

이제 고등학교에 가야하는데, 걱정이다. 아이를 자극시킬 있는 것은 학교를 바꾸어 주는 일밖에 없는 같다. 물론 아이는 싫다고 펄펄 뛴다. 하지만, 사립에 가면 학생수가 적어 선생님들이 개개인에게 신경을 주고, 교복도 입고, 종교 학교라 신앙이라도 키워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를 불러 놓고 조용하게 말했다. 그동안, 대학 입학금으로 준비해 놓은 돈으로 사립고등학교 등록비를 있으니까 두달 동안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학교를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이상한 일이 생겼다. 공부하라고 하면 콧방귀도 안뀌고, 숙제를 했냐고 하면, 없다고 하거나, 다했다고 하며, 집에 오자마자 컴을 트는 아이다. 그런데, 하늘이 두쪽이 날일이다. 컴을 틀지 않는 것은 물론, 거실에 책을 가지고 나와, 티비를 끄고 공부를 하는 거다. 그리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며 고분고분 받아드리는 거다. 살다가 이렇게 기쁜날도 있다. 비록 환상이었고, 하룻밤의 꿈이었을지언정, 일 년 삼백육십오일 중, 하루라도 이런 날이 있었다. 마음속으로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이를 이끌어 주세요.” 기도만 나올 뿐이다.

 

학교를 바꾸기 싫어서 일까, 아니면 철이 드는 건가? 어느쪽이던, 아이가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쪽으로 가기만하면 된다. 사실, 사립고등학교를 보내면, 나도 걱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주위에서 아는 분은 나보다 형편이 좋은데, 남의 일을 도와주며 받은 돈으로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을 보았다. 분을 보며 나도 용기를 얻는다. 정말 아이의 학교를 바꾸어 주어야 하는지, 마음도 아직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일단 오월달 성적이 나온다음에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2006 3 30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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