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하며

사십대의 중동 학생 제자

윤재영 2006. 9. 1. 04:35

사십대의 중동 학생 제자

 

 

 

백인이 주를 이루는 크리스챤대학에 몇몇의 흑인과 동양인이 있지만, 중동학생은 거의 없다.그런데  911 테러 사건이 터진 이후 어느 중동학생이 수업을 들어 인상에 남았었다. 그는 40 사업을 하는 중년 남자였었다. 이번에 중년의 중동학생이 있어서 의아했다. 이름을 확인하는데,

  기억나세요? 그때 결혼과 가족관계 수업들었잖아요.”

, 맞아요. 이제 생각나요. 이렇게 만나게 되서 반갑네요.” 얼굴과 이름이 생각 것이 아니라 중동사람이란 것이 기억났다.

 

수업이 끝나고 내게 ,

교수님, 선물드린 맛있었어요?’

, , 맛있었어요. 마셨어요. 고맙다는 인사도 못해 죄송해요.”

, 바바 빵을 먹어 보았나요?”

아니요.”

제가 같다 드릴께요. 아침에 토스트해서 먹으면 맛있어요.”

, 맛이 있겠네요, 하지만 내게 주지 않아도 돼요.”

아니에요. 드셔 봐야 해요.”

싫다고 하는데도, 다짜고짜, 학생은 말이 통한다. 내가 속으로 좋아하면서 미안해서 사양하는 아는가 보다. 수업을 들을 때도, 생전 보지도 못한 음료수를 주어 겁났었다. 버리지도 못하고 아랍말로 있는 음료수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설마 죽이겠는가하고 마셨었다.

 

학생은 내게 무엇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문화적 차이일까? 하기사, 나도 학생때 미국 선생님들한테 한국을 알리고 싶어 선물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미국학생들에게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거다. 학기 도중에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는 착한 학생처럼 내게 깎듯이 대해 준다. 하라는 대로 열심히 따라하지만 자기 개인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다. 설사 표현을 하더라도 책에서 나오는 사실을 열거 뿐이지, 개인적 소신은 아니다. 영어로 표현하기 어려워서일까  아니면 환경 탓일가. 그가 자랐던 집단에서도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훈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번 개인 정보에는 무혼무직으로 놓았다. 기억을 되살리면 전에는 유혼유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테러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긴장하고 있는데 혹시나하고 의심도 간다. 정말 순수한 사람이던가, 아니면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가린 사람이다.

 

양같이 순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대하지만, 학생과 제자 신분을 떠나 그를 보면 무섭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더욱 겁나게 한다. 나도 그에게 천사같은 미소를 짓지만 뒤에 나의 검은 눈동자에서 경계의 눈빛이 발하는 것을 학생도 분명히 읽고 있으리라. 

 

어찌 되었건, 학생이 내게 그것을 주어야 마음이 편하다면 받을 것이다. 그것이 성적 평가와 전혀 관계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나나 학생이나 서로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개인적 사상이나 이념, 인종, 그리고 종교를 떠나, 모두에게 공평하게하여 순수교육의 목적을 잃지 않고 수업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을 내가 내게 일깨워 주면서.

 

 

 

2006년 8월 31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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