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몫: 고등학교 마지막 개학 날에
드디어 파란만장 두 달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의 학교가 개학 했다. 큰 아이 “엄마, 이 것이 고등학교에서 마지막 개학이네요.” 그 소리에 가슴이 찡하다. 아이도 생각이 있나보다. 그렇게 엄마의 속을 태우며 삐딱하게 나가려던 작년 한 해 였다. 주말이 되어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것을 보며 시한 폭탄을 가슴에 품었다. 몇 번이나 터지고 또 터지고, 아이때문에 별 쇼를 다하고 별 짓을 다했다.
이번학기에는 아이가 밴드부에서 나온 것이 기쁘다. 아무리 보아도 우리 아이는 인문계이지 연예계는 아닌 것 같다. 같이 어울려 유혹의 길을 걸었던 친구들, 활동을 함께하지 않으면 그 영향도 덜 받지 않을까. 아이는 타고난 머리가 있다. 전국 수학 경시 대회 어느 분야에서는 삼 등을 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드럼을 선택하는 걸까? 드럼이 잘못이 아니라 엄마의 좁은 마음에 그 부차적으로 따르는 유혹들이 걱정이 되는 거다
헤까닥 한 아이에게는 아무리 좋은 말도 돼지 목에 금목걸이요 소 귀에 경 읽기다. 아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내 할 말 다했으니,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며 내 할 도리를 하는 거다. 내 인생에는 선생님들의 말씀이 큰 역활을 했다. 우리아이도 선생님을 잘 만나 그 말 한마디로 보람된 인생의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아이는 걷기 전에 뛰었다. 혼자 걷기 시작하며 겁도 없이 어디론가 자꾸 걸어가기에 하루는 아이의 뒤를 지켜보며 숨어서 따라갔었다. 무턱대고 가다가 혼자라는 것을 알고 겁이 난 이후에, 엄마 말을 잘 들었었다. 적어도 육 학년 때까지는 그랬다고 하자. 사춘기, 앞뒤를 모르고 달리는 열차, 선로에서 튕겨 나갈까 노심초사 가슴을 조리는 거다.
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 하지만 이제 그것은 아이의 몫이다. 언제까지고 아이의 짊을 내가 지고 갈 수는 없다. 고등학교 졸업반 또 다른 탯 줄을 끊어야 한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 다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도록 놓아 줄 때 온 것 같다. 어릴 적 품에서 놓아 준 것처럼, 이제는 마음에서 놓아 주어야 한다. 뒤에서 지켜봐 주며.
서부 여행 중에 찍은 사진
2007년 8월 13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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