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무슨 소리?

윤재영 2007. 11. 28. 03:23

11 26 2007

 

오늘의 일기: 무슨 소리?

 

//윤재영

 

 

     고요하다. 아니, 시끄럽다. 냉장고 위잉,” 시계 똑딱,” 귓속 띠잉,” 잘들 한다.   지칠 모르는 내용 없는 소리들, 궁시렁거리는 사이, 어느새  나도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버렸다.  허와 실이 주체성을 잃고 시간과 벽이 무너지면서, 나란 존재는 잔잔히 흩어져 공간 속에 흡수되어 버린다. 여기가 어딘가? 어디에 있나?  

 

        !”

       깜짝, 무슨 소리?”  심장이 덜컹했다. 게슴츠레 졸던 강아지 벌떡 일어나 귀를 세우듯, 세포에 신경들 화들짝 놀라 무장을 하고 진상조사에 나선다.

      아하,” 그건 멍청한 새가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눈으로 직접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갈고 닦은 경험에 의해 호언장담할 수 있다, 새가 베란다에 있는 모이를 먹고 배가 띵띵해지자, 눈에 보이는 없어서 그랬을 거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된다. 배가 띵띵하면 바닥에 떨어져야지 창문에 왜 몸을 던지냐? 배가 띵띵해서가 아니라 날 살려라 도망치느라 앞을  보았을 거다. 그 게  말이 된다.  다시 말해, 베란다에 있는 모이를 먹고 있는데,  자신보다 넘이 와서 쪼아대니까, 엉겁결에 도망치느라 앞뒤도 보았을 거다. 그래서 부딪친 거다. 맞다. 말이 된다. 그렇게 결론 짓자. 이의가 없을 것을 전제로 하고 계속 진행한다.

 

         날아다니는 새들이 평화로와 보이지만 그들 사이에도 가혹할 만치 엄격한 위아래가 있다. 어떤 넘이 먼저 먹고 있는데, 넘이 날아오면 약한 자리를 비워준다. 어쩌다 머리 세우고 반항하면, 쪼아대고 퍼덕퍼덕 짹짹, 터지는 쟁탈전이  벌어지다, 결국 약한 포기하면서 조용해진다. 그렇게 순위가 정해져, 힘센 넘이 먹고 있으면 약한 저만치 서서 기다리고 있다. 패거리가 먹고 가면 다른 패거리가 먹는다. 이런 질서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리라. 누군가의 쓰라린 아픔과 고통이 있?珦? 거다.

 

        후후,” 즈그들이 아무리 그래 보았자, 나한텐 꼼짝 못한다.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깜짝할 다들 사라져버리더라.  가까이는커녕 멀리서 구경만 하겠다는데도 그렇다. 도대체 그들과는 말이 통한다.  처음엔 방해한 같아 미안했지만, 나중엔 약오르더라. "내가 잡아먹을 사람같이라도 생겼냐?"

 

        아무리 예쁘면 뭐하노? 가까이 보지도 못하게 하는데.  화초들이야 키우는 맛이라도있다지만, 이넘의 새들은 남는 없다. 그런 넘들한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그릇 채워주는 남편은 뭐꼬? , 그러고 보니 그들 사이가 수상적다. 나 모르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거 아냐 "그만, 그만!”  나가다가 내가 왜 이러지? 화살이 삐뚜로 나가고 있잖아. "윤자 재자 영자, 너 질투하냐?" "식식, 그래 질투한다." 나, 새들에게 감정있다. 잘 놀다가도 내가 낄라치면 다들 가버리는 너희들, 한 두번도 아니고, 때마다 거절당하는 이 심정을 너희들이 알기나 하냐?

 

        그래, 미안하다.  나 고백한다.  이건 진심이야. 사실 난 그대들이 좋고, 그대들과 함께 놀고 싶고, 그대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거라고.

 

 

 

 친구가 사 준 감, 한 자리에서 다섯 개 먹었다. 넘 맛있었다.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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