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바쁜 일요일--죽을 쑤다

윤재영 2008. 1. 30. 04:42

바쁜 일요일--죽을 쑤다

 

 

9: 45-- 10: 45:  교리반 부모 모임/성베드로 성당

11:00—12:00: 미사/ 베드로 성당

 12: 45—        :한국학교 홍보/브라이어우드 교회

1:00-- 5:00: 봉사자 연수/황석두 루까 성당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브라이어 우드 교회 목사님으로 부터 부탁받은 한국학교 홍보를 위한 원고를 수정했다. 현재 우리 한국학교에 교사는 물론 교실도 부족하여 학생을   수용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학교에 관한 미사여구보다는 우리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쳐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다시 적었다. 

 

시간이 없어 교리반 부모 모임에는 남편만 보냈다.  가까스로 11 미사에 참석하고는 곧바로  브라이어우드 교회로 향했다. 봉사자 연수에 늦겠지만 선약된 것이라 변경할 수가 없었다.  늦어도 시간 정도 늦을 것이라고 전화를 했다.  정말 한 시간이면 될까? 나도 모른다. 얼마나 늦을 지도 모르면서 그때까지 가야 할 것같은 생각에서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다. (임시방편으로 입에서 튀어 나온 말, 반성하고 앞으로 조심할 거다.)

 

십여 일찍 브라이어우드 교회에 도착해 목사님을 만났다. 다른 것은 빼고, 한국학교 홍보만 하라고 하셨다. 으악, 금방 예배가 시작될 텐데, 앞이 캄캄해졌다. (궁시렁궁시렁…)  다시 적어야 한다.  많던 펜은 어디갔는지 가방 안을 아무리 뒤져도 없다. 열심히 기도하시는 앞 사람을 쿡쿡 찔러 깨운 후 펜을 빌려 급하게 적어 내려갔다.  목사님이 앞자리에 앉으라고 하시는 같은데 겸손하게 사양하면서 뒷 좌석에 그냥 있었다. 사실 중간에 빠져 나올 생각이었다.

 

목사님의 소개가 끝나자  박수까지  받으며 환영을 받았다.  어느 분이 오시더니 예배가 끝나고 점심을 먹으며 담화를 나누자고 하셨다.  이렇게까지 되었는  인사도 없이 중간에 사라지면 안 될 것 같아 끝날 때까지 있기로 했다.  목사님의 강론, 기도, 그리고 축복이 끊이 없이 계속되었다.  조용하시던 목사님이 그렇게 말씀을 잘 하셨다 그러다 보니 말씀내용에 보다 도데체 어떻게 해서 저렇게 말씀을 잘하시나 놀랠 뿐이었다. 종이에 적지도 않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술술술 말을 하시는 그 분, 그것도 조리있게, 주옥같은 언어로, 그렇게 길게. 사람의 힘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신기루를 보는 듯 멍해서 듣고만 있었다.

 

 예배가 끝난 배가 출출해졌다.  이왕 늦은 것, 맛있는 음식도 먹고, 사람들과 대화도 하며, 에라 그냥 여기서 오후를 보낼까 하는 유혹이 들었지만, 용기를 내서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떴다.  그때는 이미 오후 두시 , 한시간 반이 늦었고 도착하면 두시간이 늦을 것이다. 생각 하지 않고 성당으로 달렸다 "따르릉...자매님 왜 이렇게 늦으세요." 아, 누군가 시간을 재고 있었다. "네 지금 막 달려가고 있습니다." 휴우, 죽치고 앉아 있었다면 체면이 말이 아닐 뻔했다.

 

 

멀리서 두세시간 차를 타고 오신 분도 계신데 근처에 살면서 늦는 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만, 어찌하랴 이미 쏟아 진 물이다. 명예 회복을 위해 다음부터는 충실하게 시간을 지키리다. 회의가 끝나자, 참석하지 않은 다른 자매님들이 저녁을 해 놓으셨다. 염치불구하고 순식간에 오뎅국수 한그릇, 양념장에 비빈 국수  그릇, 그렇게 두 그릇 뚝딱 해치웠다. 입에 찰딱찰딱 달라 붙는 시루떡도 먹었다 (아, 오늘이 정신부님 영명축일인 것도 몰랐다).   

 

이렇게아침부터 죽을 쒔다. 그래도 오늘 재미난 배웠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노래 가사에 맞는 동작을 노래와 함께 하며 부르는 것이다.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물음표를 그리며.... 

 

우우눈물의 씨앗이 되는 그런 사랑은 싫어여…’ 후후...죽을 쑤니 어쩌니 저쩌니 해도, 아직 사랑을 운운할 기력이 남아 있나 보다.

 

 

 

2008년 1월 27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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