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찜질방에 가다

윤재영 2008. 4. 8. 04:39

찜질방에 가다

 

 

이번 교육은 아틀란타에서 토요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있고

다음날 일요일 3시에 있었다. 토요일 아침 여섯시에 모여 차로 가기로 했다

이틀동안 집을 비워야 하기에 대충 정리를 하다보니 새벽 세시가 넘었다

두어 시간 자고 실컷 잤다고 체면을 걸면 된다

혹시 깊은 잠에 빠질까 소파에서 새우잠을 잤다

눈을 뜨니 네시다. 삼십 자도 된다. 눈을 뜨니 다섯시다

간단 샤워를 하고 남편을 깨워 약속장소에 태워다 달라고 했다

자매님이 운전을 하고 김 자매님이 옆에 타고

뒤에 탔다. 내가 뒤에 혼자 탄다고 미안해 하셨지만

혼자 있는 것이 오히려 좋다.

토요일 교육을 마치고 한자매님이자매님과 나를

찜질방에 데려다 주시고 한자매님은 딸네 집으로 가셨다.

우리도 아는 댁에 가서 자도 되지만 찜질방에 가기로 했다

찜질방은 편하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친정같은 이곳에서

부시시 머리가 꺼꾸로 솟거나 말거나

눈팅이가 붇거나 말거나 베게 하나만 사수하면 된다

혼자 때는 잠을 잠도 못잔다 하지만

옆에 김자매님이 곁에 있으니 그래도 눈을 붙였다.

혼자와서 자는 남자들은 그럴까?

부인한테 �겨 나서 그런가 아니면 갈데가 없는 사람인가?

외국사람들은 어떻게 이곳을 알고 왔을까?

이곳이 한국사람 전용이란 것을 모를까?

외국사람인 남편과 이십년을 넘게 살아왔으며

외국사람을 가르치면서 찜질방에서는 그들과 이질감을 느끼는 걸까?

토요일 저녁미사를 했고 차가 없으니 자매님이 우리를 데리러 때까지

찜질방에서 세월아 네월아 노라리노라리 시간을 보냈다.

김자매님이 머리를 만져주신 댄다

지지던 볶던 그녀에게 머리를 맡겼다

몸도 야리야리하시고 나보다 연세도 대여섯이나 많으신데 어찌그리

힘이 넘치시는지 숨도 쉬지 않고 다다다 말을 하신다.

말을 하시다  삼천포로 빠지신다.

하지만 듣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말이 저말이고 저말이 이말이고 비슷비슷하다

뚱하고 말을 안하는 것보다

한 쪽이 말을 잘잘잘 하는 것이 오히려 분위기에 어울린다

고데기로 머리를 말고 빗기고

엉클었다 다시 빗기고 스프레이로 뿌리고

앞으로 옆으로높혔다 낮혔다 이리돌리고 저리 돌리고

그리하여 머리가 완성되었다. 두어 시간 후닥 지나갔다

시간마다 체중기에 몸을 올려 놓아보나 그턱이 그턱이다

그래도 하나가 아래로 내려간 것에 위안을 받는다

배가 출출해졌다 하지만

겨우 달랜 체중기를  앞에 놓고 감히 아침을 먹을 없다

어제 먹다 남을 떡이 가방에 있었다

찜질방에 음식을 가지고 들어오면 백달라 벌금이란다

많은 자매님이 덜덜 떠신다.

도둑 고양이 마냥 구석에 가서 개씩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커피 잔과 두알로 아침을 때웠다

이십 달라로 물속에서 물마사지도 하고, 땀도 빼고,

사람구경도 하고, 팥빙수도 사먹고, 눕고 싶으면 눕고,

만고 편하다.

전에 와서 피부에 물집같은 것이 생겨

별난 사람이 모이는 이곳이 청결할까 안전할까?

별나게 생각하다보면 나도 별난 사람이 된다

신경을 꺼야한다. 하늘을 이불삼아 거리에서 추위에 덜덜 떨 것을 생각하면

여기는 천국이다

어쩔고나, 비록 밤을 샌다 하더라도

떠나 낮선 곳에서 그래도 만한 곳이 없음이다

오후 한시가 되어서야 우리를 데리러 한자매님이 오셨다

일을 마치고 지는 노을을 등불 삼아 버밍햄으로 향했고

김자매님 순간도 쉬지 않고 무슨 말을 하신다.

운전하시는 한자매님이 졸까봐 동무해 주신 것같다.

귀에 익은 그말은 자장가 되어 졸음에 빠져 들었고

어제 장소 정류장에 나와 기다리던 남편의 차에 다시 옮겨 태워져

집으로 시간 아홉시.

다음 아침 마치 한국에 다녀온 처럼 몽롱하다

선인장에 꽃이 피고, 작약과 몽오리 지고, 잔디 파랗게 돗았다

찜질방 돗자리에 누워있는 사이에.

 

2008. 4.7

 

 

 

2008. 4. 7

윤재영

'그룹명 > 일기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진실, 떨어진 별 하나  (0) 2008.10.03
아이의 수학팀 연회에 다녀와서  (0) 2008.04.22
To My Son, Michael  (0) 2008.03.01
바쁜 일요일--죽을 쑤다  (0) 2008.01.30
무슨 소리?  (0) 2007.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