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의 소망
//윤재영
호랑나비 날아와 놀자 하니
외로웠던 들꽃 그만 넋이 나갔다
심장 하나 뚝 떼어 건네 주었다
호랑나비 날아간다
아무런 기약도 없이
깜짝 놀라 따라가니 더 멀리 간다
잡으려 한 것이 아닌데
우리 이야기 끝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라고 말이라도 해주지
허겁지겁 뒤쫓아가다 그만
돌부리에 채여 나가떨어졌다
두 무릎 까지고 피멍이 들었다
몸이 아픈 거야 참을 수 있다지만
가슴이 아리다
가버린 그가 야속한 게 아니라
그를 따라간 것이 바보 같아서
벌써 몇 번째 넘어졌나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아, 이제는 어떤 나비가 온다 해도
다시는 따라가고픈 생각이
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2008.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