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의 아침 번뇌
//윤재영
부슬부슬 봄비가 온다. 봄아!
장막을 쳐 놓고 무슨 꿍꿍이속 인가
마지막 리허설이라도 하고 있나
조잘대던 새들도 조용하다
컴퓨터에 불 밝혀
카페에 꽃향기 피워놓고
들락달락거리나 찾는 이 없다
아그벌떼들 돌아 올 때까지
여섯 시간이나 남았다 벌었다
무엇부터 시작할까?
손을 대자니 엄두가 안 난다
해보았자 끝도 안 보이는 것들, 에라
조선시대 연애 소설이나 읽을까?
오십견에 뻑뻑해지는 몸이나 풀어 줄까?
근데 배는 왜 이렇게 고플꼬?
어제저녁 오늘 것까지 다 먹었는데
쑥 찰떡과 거북 빵이 눈에 삼삼하다
지금 안 먹으면 맛이 갈 텐데
뱃속에 버릴까 쓰레기통에 넣을까
먹어 치면 몸탱이 퍼질 테고
버리자니 아깝고
어제 구워 놓은 누룽지도 있다
이 유혹들, 순간만 참으면 된다
연륜으로 배웠다
녹차, 그래 네가 있었다
미우나 고우나 그대는 내 곁에
찻잎 한 스픈 따끈한 물에 녹여
부드런 널 가슴에 품는다. 마신다
몸을 틀어 컴퓨터 헤집어 파일을 연다
2008.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