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학생 공연을 보면서

윤재영 2009. 2. 24. 14:53

학생 공연을 보면서

 

매년 남편과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의 스탶싱 (Step Sing) 대회가 열린다. 학생단체에서 30명에서 100 정도의 학생이 6 정도의 시간 내에 노래와 율동을 하는 뮤지컬 공연이다. 이번에는 열 대여섯 단체가 참여하였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인기가 있어, 삼일 공연 하는데도 장에 18 달라 하는 표가 매진된다고 한다. 무엇이 공연하는 학생이나 공연을 보는 사람을 열광시키는지 궁금하다.

 

대회가 가까워 오면 학교가 들썩들썩하기 시작한다. 공연에 나가는 학생들은 늦게까지 연습하여 다음 결석하던가 아니면 강의 시간에 졸기 일쑤다. 그런 몇몇 학생들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지곤 한다. 이토록 학교 수업에 방해되는 것을 알면서도 학교에서 장려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했었다.

 

내가 처음 공연을 것은 근무하던 첫해, 그러니까 우리 아이가 때다. 시간 강사로 있으면서, 내가 강의하는 동안 남편이 학교에서 아이를 주곤 했는데. 그때 아이는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었다. 아이는 집중력 기억력 사고력에서 뛰어났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쳤다. 적어도 중학교 때까지는 그랬었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꿈꾸었고, 우리가 있는 대학은 아이나 우리나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아이가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드럼에 취미를 붙인 아이는 학교 밴드부에 들어갔고, 드럼이 인생 전부인 공부를 소홀히 했다. 공부만이 다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아이와 충돌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아이와 대화가 단절되면서 우리의 말이 먹히지 않았다. 반항과 방황의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결국 드럼을 전공하겠다고 어느 음악대에서 오디션을 보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디션에서 떨어지면서 전공을 바꾸어, 집에서 두어 시간 떨어진 일반 대학에 등록금 전액 면제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학기만 마치고 학교를 팽개치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서 그냥 놀릴 수가 없는지라 겨우 설득시켜 우리가 근무하는 대학에 편입시켰다. 언제 그만둔다고 할까 며칠 조마조마 가슴을 졸였지만, 뜻밖에도 학교를 다니는 거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시간이 되어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것이 대견하다. 싫다 하지 않고 수업에 참여할 있도록 관심을 주는 교수들이 고맙다. 나아가 그렇게 하도록 학교에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학교가 고마운 거다.

 

17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제 우리 아이가 대학생이 되었다. 학생들의 일이 남의 같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학교에서 공연을 권장하는지 있을 같다. 부모와 떨어지는 연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소속감과 목적의식을 심어 주어 청소년 문제를 줄이는데 의도가 있지나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은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건전하고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데로 발산할 있는 탈출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같다.  

 

학생들의 공연 수준이 높여졌는지 나의 기대 치수가 낮아졌는지, 어느 팀을 뽑을 없을 만큼 모두 잘했다. 하지만, 못하는 것으로 눈에 팀이 있었다. 남학생들로 구성된 팀은 다른 팀보다 참여자도 적고 내용도 부실하고 단조로웠다. 그러나, 아이로닉하게도, 부실 팀이 공연하는 동안 흐르는 눈물을 막을 없었다. 학생들이 우리 아이 같아 보였다. 개인주의 극치를 달릴 아이들이 무대에 서서 관중에게 보이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연하는 것이 누구에게는 기적일 수도 있는 거다. 잘하고 못하고 상을 받고 받고를 떠나 단체 그리고 사회에 일원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자식을 부모 마음일 거다.

 

아이를 임신하고서는 아이 손을 잡고 다니는 엄마들이 위대해 보였었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며 대학을 졸업시켜 사회에 보내는 부모들이 위대해 보인다. 자식이기에 어디에 말도 못하고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렸을 것이고, 그에 따른 희생이 있었을 거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이보다 한발 늦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바로 시작해야 때란 것을 안다. 아이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엄마가 되는 것을 배우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조건 없이 주는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체험하고 있는 거다.

 

새삼 학생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2009 년 2월 23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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