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뜻대로 하소서

윤재영 2009. 8. 17. 18:16

 

 

죽음을 생각하며

 

누구는 야속하게도 빨리 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누구는 모질게도 명이 긴 사람도 있다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 할까?

오래오래 잘 살다가 죽을 준비가 되어 기쁘게 죽음을 맞이 할 수 있을 때까지 살고 싶다

죽음을 기쁘게 맞이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결혼을 준비했고, 태어날 아기를 위해 준비했다.

준비를 하므로서,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순조롭게 일이 진행된다

그러면 그렇게 큰 쇼크를 주는 죽음에 대해서 더욱이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어머니 앞에서 이런 말을 꺼내면 질색을 하실 것이고, 나 또한

우리 아이가 내 앞에서 이런 말을하면 기겁을 할 것 같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저 세상에 대해서 난 모른다

무엇인가 아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한다.

누구는 시간 개념이 없는 사차원의 세계라고 말한다.

죽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는 걸까?

난 부정할 근거가 없으니까 긍정한다

사랑하는 자식에게 나쁜 것을 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때로

낙엽같이 떨어져 내려 사그러지리라 생각하면 허무하고

모두 바람에 날려질 것을 생각하면 의욕을 잃을 때도 있다

 

그러다가도

순수하게 나라를 위해 그리고 믿음을 위해

무서운 고문을 당하며 돌아가신 분들의 고귀한 희생을 생각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다른 사람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삶에 희망을 주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분들이 계시다. 그 분들은 왜 그런 일을 하실까?

그런 힘, 용기, 사랑의 비밀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청주 성모 꽃마을을 운영하시는 박신부님과 봉사자님들의 삶을 보며

그분들에게 나의 두려움을 맡기고 오늘 하루 평온하게 지낸다

죽음을 앞에 놓고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타는 것이리라 서로 순서가 다를 뿐

세상에 태어나 세상 맛을 보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 건가?

죽음이 있기에 우리의 만남이 그리고 우리의 삶이 소중한 것이 아닌가?

비록 소외되고 버려진 삶일지라도

 

 

뜻대로 하소서......

 

 

 

 

 

 

 

 

 청주 성모 꽃마을 호스피스

 

청주 성모 꽃마을 교육관

 

 박창환 신부님

 

 

 형제 자매님이 반갑게 반겨 주는 듯

 

2009년 7월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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