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를 보내드리며
내게 버겁도록 잘해 주시던 오빠
이것이 피를 나눈 인연의 고리가 끊어지는 아픔인 건가?
2년 전 췌장암 수술을 받고 결과가 좋아
1년 동안은 생을 말끔히 정리하시고 1년은 투병을 하시다
향년 54세로 인생을 마감하셨다
돌아가시기 두 달 전에 뵈었을 때
불멸의 사나이 같았던 우리 오빠는
얼굴에는 뼈와 가죽만 남아있었는데도
다리가 붓고 복수로 배가 불러올라 건강하게 보였었다
멀리서 왔는데 여행도 함께 못해 “미안하다.” 하셨다
거동이 불편한데도 나를 한약방으로 데리고 가
맥을 보게 하고 한약을 사주셨다
몇 달을 눕지도 못하고 앉아서 잠을 자면서도
내가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빙그레 옅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그러셨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서
올케언니한테 내게 감자범벅을 만들어 주라고 하셨다
그건, 우리가 어릴 적 가난한 시절에 어머니가 해 주시던 별식이었다
돌아가시기 몇 주 전 전화 속에 오빠의 목소리는
말할 힘이 있다는 것조차 감사하게 느끼게 하는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 나오는 귀한 샘물 방울이었다
“아이들 잘있니?”하며 내 걱정부터 하셨다
오빠는 베푸는 사람이었고 나는 받는 사람이었기에
수척해진 오빠의 모습을 감당할 수 없어 밖으로 나돌았다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해야 하나 생각만 하다 작별 인사도 못했다
그래서 이 멍충이는
“오빠, 사랑해”말 한마디 못하고 오빠를 보냈다
자식을 잃은 부모님, 남편을 잃은 올케언니
아버지를 잃는 조카 앞에서
오빠를 잃은 동생의 슬픔을 감히 슬픔이라 할 수 있겠나 마는
가슴 한켠 움푹 패여 붉은 상처 드러내고
아픈지도 모른 채 쏟아지는 빗속에 멍하니 서 있다
오빠,
부모님 가시는 길 낯설까 봐 좋은 자리 마련해 드리려 미리 가셨구려
나 또한 오빠가 먼저 갔으니 죽음이 남의 집 같지 않구려
고통이 없는 평안한 세상에 가시어 주님의 품에서 행복하게 사시구려
우리가 사는 동안 좋은 일 많이 하고 고통 없이 살다 가도록 도와주시구려
화목과 나눔을 본보기로 보여준 오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혹시나 서운했던 섭섭했던 마음과 생각은 태워버리고
쓰라린 마음을 서로 달래주다 보면
어느 사이, 더욱 성숙하고 초월 된 새 삶의 싹이 트리라 믿으오
오빠, 잘 가시구려
2009년 9월 22일
윤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