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으으으...
춥다는 말 밖에
겨울에는 27년 만에 처음으로 큰아이와 함께 고향을 방문했다
어제 하루 꼬박 집안에 방콕하다
오늘 처음 밖에 나왔다
영하 1 도만 되어도 춥다고 벌벌 떠는 따뜻한 곳에서 살다
영하 몇도씩 내려가니 완전히 가시바람이다
온 몸을 둘둘 마는 오리털 코트를 입었더니
어머니가 남들보기에 민망하신 지 차마 자제하란 말씀은 못하시고
에스키모 옷이라고 하신다.
얼굴이 얼어버릴 것 같은데
모자도 안쓰고 마후라도 안하고 다니는 남학생들
스타킹 하나를 신고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은
다른 세상 사람인가 싶어 자꾸 바라보았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을까
저 학생들도 나를 보고 저 아줌마 웃긴다고 쳐다 보겠지
하여튼, 추운 건 못견디겠다.
눈 알만 나오게 둘둘 말았건만 콧김에 안경에 서리가 낀다
난 추위를 이렇게 타는데
옛날 나라를 위해 종교를 위해 억울하게 감옥에서 겨울을 보내고
순교하신 분들 추위에 떨고 있는 모든 분들은 얼마나 추웠을까
오늘이 망년이다
친정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한 살을 더한다.
내가 몇 살이지? 이제 더 이상 나이를 세는 것을 그만 두었지만
작년 보다 올해가 한 살 더 많겠지.
윤재영
12월 31일 2010 pc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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