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일기--오빠가 보낸 선물

윤재영 2011. 5. 18. 00:14

 

오빠가 보낸 선물

 

//윤재영

 

아침에 눈도 뜨기 뜬금없이 오빠 생각이 나는 걸까요?

오빠가 죽어서 애통한 만치 살아 있었을 기뻐해야 하지 않았던가요?

한마디 못한 것이 서럽습니다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오빠가 살아 있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 것이 없을 텐데도

없다고 생각하니 빈자리에 가끔 바람이 불어 가슴이 아릿합니다.

오빠가 인자하게 웃는 모습은 어디에 가나 찾아볼 있네요

특히나 김수경 추기경님의 인자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마치 오빠의 미소인 같아

책상 앞에 붙여 놓고 매일 오빠를 대하듯 바라봅니다

 

동안이나 소파에 기대어 새우잠을 자면서

약달라는 한마디로 아프다는 말을 대신하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요

이별이 애통했는지요? 죽음이 두려웠는지요?

아니, 너무 고통스러워 이런저런 생각할 틈도 없었는지요?

버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무슨 생각이 납디까

뭐든지 먼저 해야 하는 성격에 하늘나라를 먼저 보니 어떱디까

 

요술 방망이로 것처럼 기가 막히게 사라졌기에

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멍합니다.

죽음, 이별의 슬픔을 생각하면

목청이 터지도록 엉엉 울어도 모자라겠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겪어야 하기에 그저 가슴에 묻어 둡니다

살아야 하기에, 비록 바람 앞에 등잔불 같은 목숨 일지언정

꺼질 꺼지고 가야 갈지라도

순간만큼은 영원히 것처럼 지지고 볶고 아옹다옹합니다.

일부러라도 그렇게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미쳐 길길이 날뛸 같아서요.

 

안에 틀어박혀 조용히 삶을 정리하고 싶지만, 아직 일이 많아요.

그건 핑계이고 사실은, 마음만 그렇지 하던 일을 쉽게 포기할 없네요

명예란 , 누구에게 인정받는다는 , 이것 아주 달콤한 알사탕 맛이에요

, 얼마 받는 쌈짓돈 맛도 보통이 아닙니다.

궁색을 떨지 않고 쓰고 싶을 쓰는 기분이 어떤지

오빠는 누구보다 겁니다

 

오늘 아침 갑자기 오빠 생각이 나는가 했더니 오빠가 보낸 선물이구려

가신 분을 애통해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요

그저 내 설움이지요

곁에 있는 사람한테 살아 있어서 살아 주어서 고맙다고 해야겠어요

스치는 인연에도 고맙다고 해야겠어요. 이유가 비록 이기적이지만

그대가 살아 있어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그대가 있어주어 무척 기쁘고 행복합니다

 

2011, 5월 17일

 

 

 

윤재영

'그룹명 > 일기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생각을 바꾸고 나니  (0) 2011.09.14
버밍햄 한국학교 개학  (0) 2011.08.28
춘천에서  (0) 2010.12.31
오늘의 명상  (0) 2010.09.01
오빠를 보내드리며  (0) 2009.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