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산티아고 대성당 향로의식

윤재영 2016. 6. 24. 06:48

산티아고 대성당 향로의식


윤재영


       주님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사를 드리는 것은 모든 순례길에 하이라이트였다. 신부님 말씀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지만 전례는 다 똑 같다. 주님의 기도를 할 때 나는 한국말로 했다. 옆 사람은 스페인어,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각기 다른 나라 언어가 한마음으로 엮어 주님께 봉헌되었다. 이 순간을 위하여 우리는 힘겹게 순례의 길을 걸었다. 미사가 끝날 무렵 묵상을 하고 있는데 열기와 함께 비켜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큰 통에 뻘건 숯불을 든 사람이 제대를 향하여 가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 그리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향로의식이 있었다. 말로만 들었지만 그런 영광스러운 것을 보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 중세기 외투를 걸친 것 같은 장정들이 밧줄을 잡아당기고 올리며 이쪽 천장 끝에서 반대편 천장 끝까지 향로를 움직이게 하는데 어마어마했다.

      성당 안 중앙 제대가 있는 곳 천장에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고 거기에 향로가 걸려있다. 이 향로(포타프메이로)는 밧줄에 연결되어 도르래를 이용해 아래로 내려올 수 있게 되어 있다. 여덟 명의 장정인 연결된 밧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면 그네 움직이듯 향로가 제대를 향해 옆으로 왔다갔다 움직이는 데 양쪽 천장에 닿을 만치 큰 폭을 그린다.

     영어 위키 백과에 의하면 이 향로는 알려진 가장 큰 것 중에 하나로 무게가 80kg이고 크기는 1.6m이다. 이 안에 40kg의 숯불을 넣어 향을 태운다. 이 때 시속 68km 라고 하며 21미터의 높이 까지 올라가고 82도의 각도로 65미터 선을 그리며17번을 왔다 갔다 하는데 한 번에 80초가 걸린다고 한다. 향로를 매단 밧줄은 20년 정도가 되면 바꾸어 준다.

     이 전통은11세기에 시작했다. 유향(乳香, incense, frankincense)을 피우면 전염병을 예방한다고 믿었다. 또한 그 당시에는 순례자들이 성당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자기도 했는데 땀으로 범벅된 냄새를 환기 시키는 역할도 했다고 한다. 향을 피우는 의식은 고대부터 있었으며 이는 절대자에게 바치는 제물과 공경하는 의미에서 최고의 경배를 표시한다. 예수님이 탄생했을 때 동방박사가 받친 선물 (황금, 몰약, 유향)중에 하나이다.

15세기에 프랑스 루이 11세 (1423-1483)가 은으로 만들어진 중세기 향로를 바꾸도록 비용을 주었다. 이 때 만들어진 향로는 스페인 독립전쟁 (1808-1814) 때 1809년 나폴레옹 군대가 훔쳐갔다. 지금의 향로는 황동과 청동구리의 합금으로 은으로 도금된 것이며 1851년에 만들어졌고 금빛 광택이 나며 다른 하나는 1971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은빛 나는 것이 있다.

     향로가 공중에서 움직일 때 떨어질까 봐 걱정도 되는데 사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1499년 아르곤 공주 캐터린이 영국의 황태자와 결혼하러 가는 길에 이곳에 들렀을 때 향로가 움직이다가 대성당 꼭대기 창문으로 튀어 나갔다. 또한 로프 묵은 것이 풀려 향로가 떨어진 적도 있고 1937년에는 숯불이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금요일 7:30 미사 후에 향로 의식을 하는데 한 번 하는데 250유로 정도가 들며 그 전날 헌금이 그 정도 들어오면 정오 미사에 하기도 하고 개인이 헌금을 내도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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