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글 쓰기에 앞서

윤재영 2005. 10. 1. 01:52

글 쓰기에 앞서

 

아침에 갑자기 생각났다.

미국 대학생을 가르치면서 보고 배운것을 써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벌써 미국 대학생들을 가르친지 십오년이 되었다

애들을 기르면서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듯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오히려 배웠다

그리고 배운다.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에 잘난 사람이 너무도 많다

몇개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사람

책을 몇권이나 출판한 사람들

미국 대학생을 가르치는 훌륭한 한국인 교수들

 

나? 전혀 그런사람아니다

평범한 아주 평범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춘기 아이들과 싱강이 하는 엄마, 마누라, 아줌마이다

 

시간강사만 십오년해 왔다

어머니 드린다는 핑계로 시집을 한권 낸것 밖에 없다

미국생활 이십여년

무었하나 뚜렷이 잘하는 것도 없다

항상 모자라다고 생각해 온 사람이니까

 

나도 한때 미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신문에 났었다

미국 대학생 가르치는 멋진 교수라고 대문짝 만하게

분명 내 얼굴이였지만 다른사람의 이야기였다

다 지나간 일이다

 

난,

교복치마 하나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일년에 한단씩 내려 접었으나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냥 그렇게 사는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내 꿈은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어리벙벙

그렇게 그렇게 해서 미국에 와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다

 

어떤 대학생?

부유한 가정에서 부유한것을 모르고 자라는 학생들

외국인 선생님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학생들

남부의 우월성을 가진 백인들의 자녀들

나와는 전혀 공통점이 없는 노랑머리 학생들을

 

누구처럼 배짱도 없으면서

사람들 앞에서 서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벌개지고 버들버들 떨어가면서

남의 나라말로 자녀교육이 어쩌고 저쩌고

인간 발달이 어쩌고 저쩌고 강의를 해왔다.

그래도 아직 살아있는 것이 기특 가상하다

 

산다는 그 자체가 십자가 이지 않을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드리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엇갈리는 것이 아닐까

(내가 너무 배부른 소리를 가는가?)

 

왜 내게 이런 고통을...투덜거린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젊음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그렇게 나의 젊음은 지나갔다

 

마음속에 고통은 내가 만든다

내가 만들었으니 버리는 것도 나다

 

이렇게 중년이 되어 해 놓은 것은 없고

눈도 귀도 흐릿해지고 힌머리 생기고 

나올 곳 들어가고 들어갈 곳 나오는 몸매가 되었으나

 

그래도 후회는 없다

파란 하늘이 보이고 새 소리가 들리니까

 

정원이 내게 무슨 필요가 있는가

온 세상이 꽃밭인데

새장이 내게 무슨 필요가 있는가

온 세상이 새장인데

 

더 늦기전에

이제 나를 내게서 놔 주기로 했다

구름과 친구하며 흘러갈 수 있게...

지나간일들을 넉두리 하면서

재잘재잘 한 판 벌여볼까 한다

 

 

2005년 9월 마지막 날에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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