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나의 Ego

윤재영 2005. 10. 7. 04:25

나의 Ego

 

학생들과 첫 수업을 하기에 앞서 예기 되는 문제에 대하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다. 우선 내 수업을 듣는 동안은 그 전에 알고 있는 일반 상식을 버리고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들으라고 한다. 덪붙쳐 영어는 나의 제 이외국어이기 때문에 발음이 어색하더라도 그것으로 나의 실력과 능력으로 판단하면 큰 오산이라고 농담을 섞어 경고를 준다. 서로 존중해 주는 입장에서 즐겁게 배우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한다. 대부분학생은 알아듣지만 게중에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는 학생도 있다.

 

다른 학생들 열심히 토론에 참여하는데 말 한마디 하지 않거나, 무슨 부처라도 되는 것처럼 경직되어 앉아 있거나, 먹을 것을 잘못 먹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바라보거나, 남들 다 웃는데 웃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영어도 어색한 조그만 동양 여자한테서 수업을 듣자니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건가? (나의 자격지심에서 나온 생각)

 

학생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내게 있다. 그런 학생들과 얼굴을 붉히기가 두렵다. 좋게 표현해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마음이 삐딱한 사람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해 보았자 다 삐딱하게 들릴테니까. 승산도 없는것을 건드려 문제를 일으키는 것 보다 차라리 모르는 척 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척 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어쨋든 이런 학생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하는 것은 앞으로 나의 도전이다.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이번 강의에도 또 그런 학생이 있었다. 백인 남학생이다. 내가 발음을 잘못할 적마다 옆사람을 보면서 동의를 구하며 웃는 것 같다. 하기사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미국인이 한국말음을 할때 웃음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싫은것은 싫은 것이다. 다른 학생은 안 그러는 데 그 학생만 유독히 그런다. 설마 설마 했는데 어제 그 확증을 잡은것 같다. 비록 얼굴을 가리더라도 교단앞에 서면 무슨일이 돌아가는지 다 알 수 있다.

 

멋진 농담을 던져 내가 지금 주시하고 있음을 알려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교회에서 청소년 교육담당을 하고 있다는 어른 학생이 그렇다. 저런 학생한테 우리 아이를 맡겨야 하다니 우리아이는 그 학생을 보고 웃을 것 같다. 돌고 도는 거니까

 

한 때 젊었을땐 나도 서슬이 퍼랬었다. 수업시간에 잡지책을 보거나 떠드는 학생들에게 강의실 밖으로 나가라고 으름장 놓으며 학생들과 맞섰었다. 하지만 지금은 벼가 익었다고 할까, 그래도 무었인가 배우겠다고 꼬박꼬박 강의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기특해 보이고 고맙기도 하다. 그러기에 나의 조그만 Ego는 견딜 수 있는가 보다.

 

2005년 10월 6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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