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예쁜 것과 미운 것

윤재영 2005. 11. 1. 03:59

예쁜 것과 미운 것

 

 

우리 성당은 대부분 백인 중상층사람으로 구성되 일주일에 봉헌금만 해도 만원이 넘는 것을 보면 크다면 성당이다. 스테인 그래스에 엄숙하면서 다감한 성당 분위기, 제단의 장식, 파이프 오르간, 성가대의 아름다운 성가, 신부님, 그리고 신자들 심오한 미사가 진행된다.

 

일요일 아침 미사 강론시간이다. 미사를 보는 시간 만큼은 나보다 못한 굶주리고 벗은 사람을 생각합시다. 좋은 말씀이시다. 아이들이 모두 그 말씀을 들었으면 좋겠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외계인이 아닌 지구인이다.  한 지구에 모두 형제 자매이다. 신부님 말씀,  기도를 해야 하는가로 방향이 흐른다. 맞다 맞다. 옳은 말씀이다. 그렇다면 기도생활을 하고 있는가? 흠흠흠...눈길은 어느 새 좌석 정신 박약 여자에게 끌리고 있다.

 

그 동안 몸무게가 세배나 늘은 같다. 너무 살이 굴리면 굴러갈 것같다. 무거워서 들을 수가 없을 텐데 목욕을 어떻게 시켜야 하나 걱정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걸을 있다. 스스로 몸을 추스릴 있는 것이 주위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손을 덜어 주는 것 일게다. 참 다행이다. 추운지 옷을 여미는 것을 보니 자기 앞가림은 하는 보다. 발을 들었다 올렸다 하는 것을 보니 하얀 운동화가 좋은가 보다. 찍찍이를 떼었다 붙였다 소리를 내자 옆에서 보호자가 친다. 자세를 바로 잡는다. 말도 듣는다.

 

그건 그렇고 어쩌면 그녀를 그렇게 빚어 놓으셨을까? 세상 모든 여자들 불 만족해 하는 부분은 골라 모아 구워내신 같다. 우연일까 앞쪽 통로에 어여쁜 여학생 하나 팔랑팔랑 나비가 날아가는 금발머리 날리며 지나간다. 늘씬한 몸매에 붙는 청바지 허리선이 나올 브라우스 살랑거리며 지나간다 (우리 아이들 분심 들라, 빨리 지나 가거라ㅎㅎㅎ). 대조적이다. 누구는 부러워 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하고 누구는 모든 사람이 만족해 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듯.

 

예쁜 것과 미운 것과 나와 무슨 상관일까? 하나는 내게서 부러움을 자아내고 하나는 내게서 고마움을 자아낸다. 하나는 나를 위축시키고 하나는 나에게 용기를 준다. 그러면 앞에 앉은 그녀는 나의 십자가를 대신 들어주고 있다. 그것도 아주 가볍게.

 

비록 모습이 특이하게 생겼을 지언정 반뜻하게 단장한 모습, 비록 글을 읽을지 모를 지언정 미사책 넘기며 순종하는 모습,  비록 박자 음정 맡지 않을 지언정 열심히 따라 부르는 그녀의 모습, 아름다운 , 천사의 모습이다.

 

"평화의 말씀을 전합시다.” 에구, 신부님 강론이 끝났다. 이번에는 들으려고 했는데 길로 빠졌다. 무슨 말씀을 하셨더라? 필름이 끊겼다. 죄송합니다그래도 오늘은 그녀를 통해 당신을 보았습니다. 깊은 마르지 않는 맑은 샘물과도 같은 당신의 섭리를

 

 

 

2005 10 30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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