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더 살게 해주세요

윤재영 2005. 10. 25. 01:15

더 살게 해주세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는데 속이 느글느글하다. 아침에 녹차 한자 마신 외에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는데 금방 같다. 괜히 걱정이 된다. 나이에 임신은 아닐테고 마음이 심난해 진다. 주위에 몇몇 사람들이 암으로 돌아가셔서 그런가 보다.

 

죽음이란 것은 꽃이 피었다 지고 나뭇잎 떨어지는 이치란 것을 알면서 막상 닥칠 겁나는 것은 겁나는 것이다. 때가 되면 가야 된다고, 미련없이 털고 가야 된다고 달인 처럼 뇌까리지만 그것은 건강할 하는 말이다. 

 

죽음에 대해 강의를 학생들에게 보여 주는 비디오 테이프가있다. 유방암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오십대 초반의 어느 대학 교수가 죽음까지 가는 과정을 기록하여 후세를 위한 교육자료로 남겨 것이다. 인간적인 두려움에서, 신에 대한 원망, 신체적 고통, 그리고 결국은 죽음을 초월하고, 정이 들었던 사람들과 이별하는 것을 사랑을 담을 것이다.

 

친정 어머니한테 죽음을 어떻게 받아드리시느냐고 물어보았다가, 혼이 났었다. 죽음에 대한 개념은 동양과 서양이 다른 같다. 나이 사십이 넘었어도 이렇게 철이 없나 보다. 그렇지만, 그러다가 그냥 그렇게 가시면 서러워서 곱게 보내 드리지 못할 것만 같다.

 

언젠간 차례가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뒤에 남은 사람을 위해 내가 없이도 모든 것이 돌아가도록 정리 놓는다. 이제는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미루지 않고 준비를 놓아야 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있도록. 게임을 때는 하는 것이고 끝이 나면 미련없이 일어서는 것이다. 자신에게 일러준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을 보니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나 보다. 아직 꽃이 남아있다. (이제는 살았으니 날 데려가 주세요. 그런 말이 나올 때까지 살고 싶다... 하느님 들으셨지여?)

 

죽음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도 나의 삶은 덤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 고통이 없이 숨을 쉬는 지금 순간이 행복하고, 곁에서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다. 요사이 한가지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 누군가 읽어 주고 공감을 하면서 서로 보이지 않는 영적 친구가 수있다는 것이 기쁘다. 언젠간 손을 떼고 백지로 돌아갈 것이지만 아직 애착이 남아있고 집착할 있기에 다시 삶과 끈을 맺는다.

 

더 살게 해주세요. 떼를 쓴다. 몇일 동안 음식 조절에 소홀 했다. 오늘 점심으로 모처럼 나를 위해 흑미에 현미를 섞어 밥을 지었다. 고소한 밥 냄새가 난다. 아, 배고프다.

 

 

2005 10 24

윤재영

'그룹명 > 일기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수하다?  (0) 2005.10.27
여자가 남자보다 우세한 이유  (0) 2005.10.26
큰 사랑  (0) 2005.10.22
품 안에서 차 안에서  (0) 2005.10.21
감사합니다  (0) 200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