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받아서 좋은 선물

윤재영 2005. 11. 10. 05:26

받아서 좋은 선물

 

 

토요일 아침 한인 학생 두명에게 한글을 집에서 가르치고 있다. 적마다 어머니들이 색다른 음식을 정성스럽게 담아 보내 주신다. 한국엄마들 선생님을 대하는 정겨운 모습이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초등학교 , 무척 가난했지만, 소풍날이면 선생님한테 드리라고 담배갑이라도 챙겨 주셨었다. 창피하고 싫다는 데도 김밥싸는데 선생님것도 싸주셨었다

 

훌륭하신 선생님들 당연히 존경을 받아야 하고 댓가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겨우겨우 선생이다. 능력이 그러하다. 아니 기회가 없었다는 말이 어울리겠다. 십여년 넘게 미국 대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세가지 선물이 기억에 남는다. 한통의 편지, 장미향 바디로숀, 그리고 쥬스 엑기스 한병이다.

 

뜻 밖에 어느 한 졸업생이 연구실을 찾아왔다. 취직이 되어 다른 주로 간다고 인사하러 왔다며 편지를 전해 주는 것이다. 구구절절, 많은 것을 배웠고, 잊지 것이라는 감사의 내용이였다. 선생을 하며 적응하느라  힘든 시기에 학생으로 부터 받은 이 편지는 용기를 소중한 선물이였다.

 

번은 학생 논문지도를 해 준 학생한테서 받은 예쁘게 포장된 장미향 바디 로숀이다물론 학과에서 돈이 나오는 것이고 당연히 해야 도리를 했을 뿐이다 선물을 하지 않아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서로 알고있었다.  자그마한 정성을 표시한 부담이 없는 선물을 준비한 학생의 마음이 너무 예뻣다 잊지 못할 선물이였다.

 

야간 성인반을 가르칠 때이다. 중동에서 온 한 남자 어른 학생이 있었다. 동양인 여자선생한테 배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조심 조심스러웠지만 놀랍게도 따랐다. 기말 고사를 앞두고 학기 중간 어느날 선물을 주는 것이다. 그 나라 특산물인 쥬스 엑기스라고 하였다. 마음이야 고마왔지만 오히려 받아서 불편한 선물이였다.

 

첫째, 아직 학기가 끝나지 않고 성적을 내는 과정이 남아있는지라 선물의 순수성에 의문이 생겼다.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꼬부랑 글씨가 써있어 무엇인지도 모르고 학생이 마시랬다고 그냥 마시기도 미심적었다. 돼지목에 금목걸이다. 그냥 장식으로 두려고 했는데 학생이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학생의 마음을생각해서 만의 하나 죽을 죽더라도 마셨었다.

 

크고 비싸고 물질 적인 것만이 좋은 선물이 아닐 것이다.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색다는 어떤 먹을 것이나 입는 것을 받으면 각자 취향이 있는데 먹기도 그렇고 입기도 그렇고 부담을 있다. 선물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 하지 않고는 배길 때가 있다. 주는 사람 수준에 맞게, 받는 사람이 부담도 없게, 마음에서 생기는 정성으로 순수하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05 11 9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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