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나는 누구인가?

윤재영 2005. 11. 15. 03:00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그대가 보는 내가 바로 나다.

  

지난날 일기를 뒤적여 보다 흠찟 놀랬다. 사춘기 십대에서 부터 직장을 갖고 아이를 기르는 중년의 사십대가 되면서 까지 내가 누구인가 나를 찾았던 것이다.

 

여자는, 엄마는, 아내는, 선생은, 자식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래야하고 저래야 한댄다. 하지만 이래 저래 못했다. 그렇게 살려고 버둥거렸다. 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올라가려고 하는 모가 퍼즐 조각이였다.  맞지 않는 것을 맞추려고 하느라 그래서 힘들었었다.

 

언젠가 다리가 짧은 돼지가, 멋진 발레복을 입고 있는 카드를 받았었다. 안에 너도 있다라고 적혀있었다. 직시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이였다. 그동안 나의 삶은 잘보이고 싶어서 그리고 보이기 위해서 살아왔었다. (지금은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알고 모르고의 차이일 뿐이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누구인지 몰랐고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었던 같다.

 

인정 받고 존경을 받고 싶은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부족한 나의 모습을 직시하지 못했던 것이다. 원숭이가 철창안에 있는 바나나를 손에 쥐고 손이 빠져서 끙끙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측은 지심의 마음으로 나를 용서해주고 나를 한테서 놓아 주면서 이제 알겠다. 나는 하나의 모래알, 한방울의 물과 같기에 혼자서는 존재 없다. 그대가 있기에 내가 있다.

 

몸에 때가 끼듯, 잔디에 잡초가 자라 , 마음에도 때가 낀다. 나약한 존재 이기에 순간 유혹에 시달린다. 그 때마다 선과악이 뒤섞여 흙탕물이 된다. 사색을 하며 차분히 앙금을 가라 안힌다. 그래야  있고, 또 보아야 걸러낼 있는 것이다.

 

이제 내가 누구인가 찾지 않아도 된다. 아니, 이제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졌다. 세살짜리와 대화를 하려면 세살이 되어주면 되는 것이고, 길가에 똥이 더러우면 치우면 되고, 그렇지 못 할 것이라면 피해 가면 된다. 신의 섭리에 채널을 맞추어 놓고, 맑은 , 아침 햇살, 산들 바람, 붉은 노을에게 물어보면 된다.

 

대가 꽃이라 하면 꽃일 것이고  잡초라하면 잡초일 것이다..

 

 

 


2005 11 14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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