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개들의 정사, 긴 글

윤재영 2006. 4. 21. 02:35

 

개들의 정사

 

 

평소와 다름이 없는 조용한 아침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에 왔다. 몽올몽올 작약이 피려고 한창 예쁘다. 잠시 머물러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우리개가 어슬렁거리며 다가 왔다. 생각을 깜빡 잊고 있었다. 아침에 우리가 집을 나갈때 개도 나갔다가 내가 집에 돌아 오면 앞에서 기다리다가 함께 집에 들어 오곤한다

 

어디서 낮선 하얀 강아지도 곁에 있었다. 데리고 것인지 아니면 놀러 왔는지 함께 있었지만 둘은 어울려서는 안되는 관계였다. 우리개 까맣고 짧은 털의 비글이고 상대방은 하얗고 털을 가진 야리야리한 발발이 강아지다. 우리집 개의 몸집에 삼분의 일은 되겠다. 미성년이 아니라 하룻강아지다. 둘이 노는 것까지는 양보해 봐주기로 했다. , 그런데 보고 있자니, 우리개가 개를 덮치려고 하는 거다. 하기사 다리에도 달라 붙어 덮치려고 넘이 짓을 할까마는.

 

상대방이 너무 작아 물론 성사를 시킬 수가 없을 거다. 하지만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것을 것같아 후다닥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보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니, 일이 그렇게 까지 갔는데 둘을 떼어 놓을 없는거다. 떼어 놓으려 하다가 오히려 내가 잡혀 먹힐 거다. 하얀 강아지가 너무 작아서 그렇게 시도하다가 떨어지겠지 하고 바랬다.

 

창문으로 내다 보니 둘이 놀고 있다. 그러면 그렇지. 조금 있자, 앞집 아주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 글쎄 댁의 개가 어린 강아지를…” 무슨 말을 하시는지 듣지 않아도 알겠다.  빨리 데려가라고 하는 거다. 가슴이 뜨끔했다. 현장을 목격하고 도망쳐 왔다. 아주머니가 나의 행동을 보았을 거다. 그러니까 비밀은 없다. 누군가가 보고있다. 뺑소니 차들의 심정을 이해 같다.

 

난감하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같아서는 이넘을 거냥…) 개를 차에 절대로 태우지 않지만, 그래도 개가 타는 것을 좋아 하니, 혹시 안에 뛰어 들어 올까해서 차를 가지고 나갔다. 가까이 가보니 정말 보았다. 이미 둘은 하나가 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애타게 불러대도, 쥔도 알아 보지 못한다. 안에 들어가, 냉장고 안에서 사람이 먹는 불고기 몇절음 꺼냈다. 이정도면 사족을 못쓰고 달라 붙을 텐데,  앞에 갔다 대도 꼼작을 안는다.불고기 할아버지가 와도 꺼떡도 안할 자세다. 아예 빛이 갔다. 먹는 것까지 마다하고 일을 치르는 개가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이미 그렇게 것을 차라리 감아주고 그냥 것을. 달아 오르면 그케 무서운것도 없고 보이는 것도 없는 건가 보다.

 

동네 사람들 나올 사람은 나왔다. 웅성거리고 난감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무엇보다 종자가 다른 하얀 강아지와 까만 개의 사이에 새끼를 상상할 수가 없을 거다. 사람들이 둘을 떼어 놓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통에 물을 받아 오라고 해서 물을 받아 왔지만 뿌릴 수가 없었다. 옆집아주머니가 물을 받아 들고 얹었다. 그래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래도 한다. 떨어지지 않는 걸까? 개는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둘이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같은데, 하얀 강아지 놀랍게도 견디고 있다. 표정들이 없으니 내막을 어이 알까마는. 무슨 감정을 교류하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오래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그렇게 붙어 개들의 프라이버시는 완전히 무시 당한다. 그러니까 아무데서나 누가 그렇게 하라고 그랬남?

 

그렇지 않아도 개가 밖을 튀어 나가 자꾸 짖어 대서 동네 사람들한테 인심을 잃어 조심하고 있었다. 덩치나 성격을 봐도 우리개가 나쁜 넘이다.  사람들의 눈총이 뜨겁다. 야리야리 작은 강아지동정을 보냈다. 허나, 차츰 시간이 흐르며 전세가 바뀌었다. 하얀 강아지는 비록 체구는 작아도 거란다. 우리 동네 개가 아님이 확인이 것으로 보아, 우리 개를 따라오거나 찾아 거란다. 그러니까 사이에 관계는 합의하에 이루어 졌다는 결론이 나오며, 하얀 강아지에게 눈총이 돌려졌다.

 

그래도 시간이 되니 떨어졌다. 서로 지쳐 길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거다. 하얀 강아지 생각을 안하고 우리개 앞에서 꼬리를 치는 거다. 완전히 전세가 바뀌어 우리 못이 아니라 하얀 개의 잘못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체면이 섰다. 옆집 귀여운 아기강아지를 그랬다가는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개를 주위시키라고 했는데, 어떻게 잔인하게 그럴 있냐고 하게 했다. 꼴이 잔인하다. 하여튼, 둘의 관계를 허락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났다. 둘을 겨우겨우 떼어 우리 개를 울타리 안으로 넣었다. 상황이 악화되어 울타리를 사이로 개들 떨어지지를 못하는데 것도 과관이 아니다. 우리 뛰쳐 나가려고 하얀 강아지 뛰어 들어 오려고 서로 얼굴을 맞대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다. 것도 가슴아파 짓이다

 

없이, 둘을 완벽하게 떼어 놓아야 한댄다. 우리 개를 안에 가두고, 하얀개는 시청에 전화를 잡아가라고 하랜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개도 잡아가라 했으면 좋겠다만,  그렇게 모질게 할 수는 없다. 우리 개를 안에 들여 놓기야 하겠지만 사람이 사는 곳은 안된다. 못 볼 것을 보고 나니 개가 개처럼 안보인다. 차고 안에 물과 밥을 주고 멍석을 깔아 주었다. 하루 종일 석고대죄하고 있으면 남편이 퇴근해 선처 주면 몰라도...

 

이리하여 오늘 아침 조용한 동네가 잠시 달싹달싹했었다

 

 

 

2006년 4월 20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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