썪은
콩을
까다
살다보면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아쉬움을
주고
받고,
마음적
상처를
주고
받고
하게된다.
누구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나
반성하고,
뉘우치고,
상처를
받았으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하고
삭히고
잊어버리려
노력하는
거다.
그런데
엊그제 있었던
일이
자꾸생각난다. 누구에게 털어
놓고 싶어서
목구멍에서
깔딱깔딱한다.
하지만
이런
일일수록
주위에서
관련된
사람들이
알면
안된다.
나
혼자
소화시켜야
할
문제이다.
글을
쓰면
마음이
정리될
것
같다.
아는 분한테서, 그날
저녁에
시간이
있으면
놀러오라고
하셨다. 저녁초대라도 받는 줄
알았다. 그런 것이 아니라 콩이
엄청
많은데
와서
콩을
까서
가져
가라고 하시는
거다.
콩은
필요
없지만,
모처럼 그 댁에 가서
한국
티비도
볼겸 대화도
나눌겸 조카를
데리고
갔다.
우리가 올 줄 알고 거실 한 복판에 준비를 해 놓으셨다. 큰 보자기가 깔려있었고 그 위에 신문지, 그리고 그 위에 까야 할 콩 포대 자루에 한가득 들어 있었다. 가게에서 안 팔린 것이라 하셨다. 깐 콩 넣을 통을 주시고는 주방으로 가서 일을 보셨다. 이런 것은 모두 모여 함께하는 것이 아니냐고 넉두리도 했다.
조카는 몇개를 까더니 옆으로 나 앉았고, 난 두어시간 깐 것 같다. 한국 티비를 보면서 하니까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속이 까만 것은 그냥 버리라고 하시는 거다. 그러고 보니 까던 콩은 썪은 콩이었고, 그분도 그것을 알고 계신것이었을까? 거실도 어둡고 눈도 어둡고 해서 아무생각 없이 티비를 보며 깐거다. 어쩐지 콩들이 전부 물컹물컹 거렸다. 새로 따서 그런 줄 알았다.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콩껍대기가 말라 두고 먹어도 되니까 그냥두라고 하셨다.
손을
씻으려 불빛이 있는
환한
곳으로
나와 보니
더러운 손이 역겨울 정도였다. 벅벅 문질러 손을 닦으며, 슬펐다. 썪은
콩을
까라고
부르는 관계는 도데체 무슨
관계인건가?
사실, 썪은 콩이 문제가 아니다. 먹을 것이 없어 굶는 다면 그 것도 감사합니다 할 것이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봉사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도있다. 마음이 문제이다. 부유하다면 부유하게 사시는 분이, 버릴 것 다 버리고 나면 이삼천원 어치 밖에 안되는 것을. 그리고 다른 사람도 많은데 하필이면 나를 부른 것일까?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가슴 한 켠 깊숙히 숨겨져 있는, 나의 허세가 고개를 든것이다.
그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그래도 나를 부를 때는 내가 편안해서 부르셨을 거다. 그런데 내가 섭섭해 한다는 것을 아니면 그 분도 실망을 하실 거다. 썪은 콩때문에, 소중한 만남의 사이에 금을 낸다는 것은 너무 아깝다. 그냥 웃고 농담을 하며 넘어갈 수 있는 것을......
2006년 8월 11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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