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남편의 옷을 다려야겠다

윤재영 2006. 8. 18. 01:53

남편의 옷을 다려야겠다

 

 

잊는다. 곳에 빠지면 다른 것을 잊는 거다. (우리 큰아이의 잊어버리는 습관 이해 있다) 마디로 기억력이 부족한거다

 

잊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속이 부글부글 정도로 화가 것도 얼마 있으면 잊게된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도 그렇겠지만 나의 노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날의 조그만 실수들, 그럴 있는일이다. 지난 일을 들춰 현재를 보는데 안경을 끼고 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게 일깨워 주는 말이다. 사람을 과거나 고정관념을 두고 보지 말고 순수하게 기쁨으로 대하도록 하자.

 

이정도면 나도 세상살이 도통한 것이 아닌가? 속에 들어가 뿌리를 먹으며, 맑은 마시고 새들과 들꽃들과 놀며 여생을 보낼정도로, ㅎㅎㅎ

 

, 현실은 그게 아니다. 엊그제 남편이 자존심을 건드리는 바람에 머리에 열두개 뿔이 정도로 삐쳐버렸다. 내가 침묵을 지키면 우리 집안은 아무리 무더위라해도 냉냉 썰렁하다. 식탁에서 먹을 것을 먹고나서는, 이십년 음식을 했으면서 아직도 국수 하나 제대로 끊이냐고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이들 앞에서. 사실 국수가 문제가 아니라 전에 다른 일로 화가 나서 그랬겠지만 그래도.

 

아무리 잊는 다해도 번일은 쉽게 잊혀질 같지 않다. 왜냐, 내가 잊어 버리기기 싫으니까. 되로 받고 말로 받는 다고, 나도 말로 갑고 싶다. 이제부터 저녁을 하지 말고 음식을 사다 식탁위에 올려 놀까, 궁리를 본다. 에궁, 그래 보았자 좋을 것이 뭐가 있누? 망각이 작동을 시작했다. 남편한테 섭섭하거나 화가 때는 남편 옷을 다리는 거다. 그리고 깨끗하게 정리를 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풀리고 섭했던 일들이 잊혀지고 따뜻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잊어서 좋은 점이 있지만 때론 잊어서는 안되는 것까지 잊으니까 그것이 문제다. 살아가는 힘을 주고 기쁨을 주는 말들이 엄청 많다. 아까운 말들을 다 잊는다 하더라도, 그중에서 내게 힘을 주는 , 어느 폭풍우에도 견딜 있게 해주는 열쇠를 놓치면 안된다. 모래위에 쌓은 성은 물결에 지워지더라도, 다시 지을 있는 용기를 붙들고 있으면 된다.

 

잔잔한 바람에 휘청거리는 자신을 보며, 오늘은 내가 나를 용서해 주어야겠다. 나만 알고, 아무 것도 몰랐던 내가 그래도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누구의 눈에는 부족한 사람이고, 아내이고, 엄마이겠지만, 그래도 바람에 날려 보내지 않고, 만큼 집착 해 살아왔다. 잊을 있었기에, 잊을 잊기에, 잊을 것이기에, 개미가 무너진 집을 다시 짓듯이......

 

오늘은, 열일을 제끼고, 남편의 옷을 다려야겠다

 

 

 

2006년 8월 17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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