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샌드위치 일곱 개

윤재영 2007. 8. 27. 23:56

샌드위치 일곱 개

 

//윤재영

 

 

남편과 아이들 셋 샌드위치 일곱 개

 

점심을 싸주기로 했다

정성때문이 아니라 돈때문에서였다

사먹는 것은 아깝고

집에서 해 가는 것은 공짜같은 생각이 드는 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먹는 거나 집에서 만들어 주는 거나

가격은 마찬가지다. 아니

집에서 하는 것이 더 든다

그러니, 꼭 돈때문 만은 아닐꺼다

 

오늘 아침,

엊그제 이를 빼 씹지 못하는 큰아이

따로 음식해 주느라 

계획했던 샌드위치를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간단한 치즈 핫도그로 점심을 준비했다

밤 늦게 컴하다 늦잠잤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작은 녀석 핫도그 싫다고 투덜댄다

먹기는 제일 잘 먹으면서

실컷 투정하거라. 내 귀에는

귀엽게만 들린다

덤으로 쵸콜렛을 넣어 주었다

 

닭 � 듯 아이들을 집에서 몰아냈다

그리고는 손을 흔든다. 해 손

미안해, 조심해, 공부 잘해, 사랑해

이별 연습이다

 

다들 떠나고

주방은 생일 잔치라도 한 듯

설거지가 쌓여 널러져있다

큰 일이라도 해 낸 냥 난 으쓱하다

밥도 한 번 안해보고 시집을 와

굶기지 않고 이정도로

끌어 나가는 걸 보면 기특하지 않은가

어머니 삶에 비하면

소꼽놀이겠지만

 

다시 올 수 없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매듭을 짓고

지난 날은 후회하지 말기로 하자

 

 

 

2007년 8월 27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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