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개가 죽었어."

윤재영 2007. 8. 31. 03:28

개가 죽었어.”

 

 

아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집에 오다보니 근처 찻길 옆에 개가 있었다. 집에 가자고 소리를 지르자, 잠시 따라 오는 듯하더니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잔디를 깎고 있었고, 남편이 잔디를 깎으면 곁에 있곤 했는데, 멀지감치 떨어져 어성거리는 것이 이상하다 했다.

 

저녁 준비를 하는데 남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개가 차에 치였어. 가축병원에 전화번호 알려 하며, 급히 키를 가지고 뛰어 나갔다.  정신이 없으니 도데체 전화번호를 찾을 없었다.  남편은 개를 싣고 병원으로 갔는지 소식이 없다가, 전화가 왔다. “개가 죽었어.”

 

얼마있자, 땀에 범벅이 남편이 집에 들어왔다.   남편이 얼마나 쇼크를 받았을까 걱정을 하고, 남편은 내가 쇼크를 받았을까봐 걱정하는 것이 분명했다. 남편과 말을 잃고 서로 눈치만 보았다. 해가 지면 마당에 묻어 준다고 하고는 아이들을 시켜 개한테 속해 있던 모든 것을 주어와  쓰레기 봉지에 넣으라고 서둘렀다.

 

뒷마당에 묻는다고? 그냥 쓰레기로 버리면 안되?”

그건 안되, 당연히 땅에 묻어 줘야지.”

혼을 위해 기도해 줄까?”

개가 무슨 혼이 있니?  개는 개야.”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강아지를 사달라고 하도 졸라서 없이 사왔고, 남편이 길렀다. 남편은 개한테 극진했다. 개도 남편만을 따랐다. 곁에서 보는 내가 시샘이 정도였다. 아이들 손톱도 깎으면서, 손톱은 물론 목욕도 시키고 똥도 치우고 먹을 것도 주었다.  누가 주인인지도 모를 정도로  버릇을 망가뜨렸다. 개가 집을 나갔을 때는 일을 수소문 찾아왔었다.   

 

집 차가 그랬어?”

어떤 할머니가 운전했고 부부가 타고 있었어.   분한테 정말 미안해.”

그렇게 아끼던 개가 죽었는데 보다 개를 할머니가 놀라셨을 것을 걱정하는 남편이 착해보였다.

스파키는 아무 고통없이 갔어.  늙어가는 개를 보고 걱정했는데 부담을 덜어 같아.  개가 자기 명을 알았는지, 오늘따라 그렇게 극성맞게 오고가는 차를 다니더라구.” 남편은 진심인지 아니면 나를 위로하려는지 의외로 초월한 말을 했다.  

 

 하늘에 달이 으스스하다.  이런 날이 알았다.  그래서 정을 주기가 두려웠던 거다. 저녁을 굶었지만 배가 고프지 않았다. 개가 즐겨 놀던 자리에다, 자연과 함께 자연과 놀다 자연한테 돌아가라고 하며 묻어 주었다고 했다. 대충 어디인지  같다.

 

개는 그렇게  눈깜짝할 순간에 갔다. 폐를 전혀 끼치지 않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앞에서도 아니고, 건너편  찻길에서 일이 있었다.   근처에는 남편이 있었고 그동안 귀여워해 주시던 옆집 할아버지도 계셨다 그래서 재빨리 치울 수가 있었다.  더욱 다행인 것은 평상시 그렇게 나와 놀던 동네 꼬마 아이들이 없었다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니 베란다가 촉촉했다. 비가 왔다고 했다. 천둥 번개가 치는 줄도 모르고 잤다.  극심한 가뭄에 모처럼 단비가 흠뻑내렸다.  그가 주고간 선물이라고 하자. 이렇게 해서 개와의 삶에 장의 막을 내린다. 

 

 

 

 

 

2007년 8월 30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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