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슬픈 것은
부임하신지 삼 년 되시는 신부님 한국으로 가신다
마지막 일요일 밤, 신자들이 모여 저녁을 먹고
가라오케를 했다. 맥주 한 잔 했다. 앗싸 춤도 추었다
난 내 십팔 번지 양희은의 ‘아름다운 것들’ 을 불렀다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신부님한테 그렇게 혼만 났으면서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삐린가보다
눈물이 쏟아진다. 이번은 내 설움에서다
히구, 사람들이 오해하겠다
언젠간 모두와 이별해야 한다. 그 끝은 죽음이겠지
죽으면 어디로 가야 하나?
남편은 어릴 적 놀던 동산에 재를 뿌려 달랜다
그곳은 내게 너무 낯 설다
그렇다고 남편을 떠나 한국에 묻히는 것도 그렇고,
개새끼 잘 죽었다 했더니 그게 아니다 자꾸 아른거린다
젊은 애기 엄마 돈 벌어야 하기 땜시
한국에 할머니한테 두 살짜리 애기를 떼어 보내야 한댄다
현실이 모질다
애 엄마와 서로 붙들고 엉엉 울었다
슬프다.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슬픈 것은 사랑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다는 것
하나 더 있다. 평생을 살 것처럼 버리지 못하고 사는 것
펑펑 울었다. 시원하게 울어 삐�다
2007년 9월 9일
윤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