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일곱 개
//윤재영
남편과 아이들 셋 샌드위치 일곱 개
점심을 싸주기로 했다
정성때문이 아니라 돈때문에서였다
사먹는 것은 아깝고
집에서 해 가는 것은 공짜같은 생각이 드는 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먹는 거나 집에서 만들어 주는 거나
가격은 마찬가지다. 아니
집에서 하는 것이 더 든다
그러니, 꼭 돈때문 만은 아닐꺼다
오늘 아침,
엊그제 이를 빼 씹지 못하는 큰아이
따로 음식해 주느라
계획했던 샌드위치를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간단한 치즈 핫도그로 점심을 준비했다
밤 늦게 컴하다 늦잠잤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작은 녀석 핫도그 싫다고 투덜댄다
먹기는 제일 잘 먹으면서
실컷 투정하거라. 내 귀에는
귀엽게만 들린다
덤으로 쵸콜렛을 넣어 주었다
닭 � 듯 아이들을 집에서 몰아냈다
그리고는 손을 흔든다. 해 손
미안해, 조심해, 공부 잘해, 사랑해
이별 연습이다
다들 떠나고
주방은 생일 잔치라도 한 듯
설거지가 쌓여 널러져있다
큰 일이라도 해 낸 냥 난 으쓱하다
밥도 한 번 안해보고 시집을 와
굶기지 않고 이정도로
끌어 나가는 걸 보면 기특하지 않은가
어머니 삶에 비하면
소꼽놀이겠지만
다시 올 수 없는 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매듭을 짓고
지난 날은 후회하지 말기로 하자
2007년 8월 27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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