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하나우마 베이 추억--수필

윤재영 2013. 7. 30. 11:16


하나우마 베이 추억

 

윤재영

 

 

하와이에 간다고 하자 알고 지내던 친구가 스노클링을 해야 한다고 장소 이름까지 적어 주었다. 시력이 나쁜 사람을 위하여 도수 있는 물안경도 있다는 것이다. 의아했지만 무슨 수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기기묘묘한 산호가 있고 형형색색 열대어가 노니는 바닷속 용궁을 상상하며 기대에 부풀어 도착하자마자 여행사에 신청했다.

처음 만나는 젊은 여자 선생님 분과 동행하게 되었다. 관광 패키지에 점심과 스노클링 대여가 포함되어 있었다. 한풀 꺾인 하얀 리무진이 우리를 데리러 왔는데 모양새를 보아하니 한때는 그래도 한몫했을 같다. 기사 아저씨가 간단하게 안전 대책과 기어 사용법을 말해 주었다. 바닷물이 허리춤까지 차므로 구역 내에서는 수영을 못해도 안전하다고 했다. 어릴 다리 아래 개울가에서 놀다가 빠져 죽을 뻔한 기억 때문인지 물이 깊어진다고 생각하면 패닉상태로 들어간다.

하나우마 베이는 영화 어느 장면에서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삼면이 언덕으로 둘러싸여 아늑하게 들어앉은 에메랄드 보석이다. 사진기의 셔터만 계속 눌러댔다. 해변으로 내려와 야자수 아래 자리를 폈다. 수영하기 전에 음식을 먹으면 되는 것을 알았지만 다들 배가 고파 아무런 이견 없이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수영하려면 힘을 써야 같기에 있는 반찬 다해 꾸역꾸역 배불리 먹은 옷을 갈아입었다. 

젊은 사람들과 함께하기가 머쓱해 먼저들 가라 하고 혼자 쳐졌다. 안경을 물안경을 쓰려고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맞지 않는 퍼즐이다. 없이 손에 쥐어 들었다. 뜨거워진 몸이 물에 들어가니 여간 차가운 것이 아니다. 헉헉 소리를 지르고 꼴깍꼴깍 코로 입으로 바닷물을 들이마시고서야 대충 감이 잡혔다. 힘들이지 않고도 몸이 위에 뜨는 것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다.

보이는 바닥에 모래뿐이었지만 재미있어서 왔다갔다 것이 그만 아이들 노는 곳에 불청객 상어 꼴이 되었다. 차마 눈뜨고 보겠는지 어느 한국 분이 열대어를 보려면 저만치 들어가야 한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조금 들어가자 물이 가슴까지 찼다. 결국, 포기하고 공기통을 입에 물고 물속에 숨었다.

바닷속은 실망스럽게도 이끼 것처럼 뿌옇게만 보였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체했는지 아니면 허우적거리다 숨이 것인지 한숨 한숨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심장이 멈출 같은 위기를 느꼈다. 바로 그때 거무스름한 암석 옆으로 가로 30cm 세로 20cm 크기의 퉁퉁한 누런 물고기 마리가 손으로 만질 있는 거리에 유령처럼 나타났다. 그들의 영역에서 가까이 대할 있다는 것이 이런 희열이었나 보다. 이제 나도 보고 느꼈으니 후회는 없다. 눈도장을 찍고 미련없이 밖으로 나와 물안경과 물갈퀴를 벗어던졌다.

야자수 아래 누워 사이사이 내리쬐는 태양을 받으며 타올을 뒤집어쓰고 한동안 숨을 골랐다. 정신이 들어 바깥세상을 보니 천국이 따로 없더라. 아름다운 경치, 뛰어노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낭만을 즐기는 젊은 연인들, 평화로움 자체이다. 물속이 아무리 좋다 그래도 초점이 잡히는 바깥세상이 좋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만난 나의 그림자였을지도 모를, 생명의 은인일 지도 모를, 태몽 속에서 보았던 물고기는 지금도 하나우마 베이 바닷속 어디에선가 노닐고 있으리라.

 






2013년 7월 19일




'그룹명 > 일기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커퍼넝즈 포도--수필  (0) 2013.10.17
눈물 나는 날  (0) 2013.10.14
'뚜루루루...'  (0) 2013.02.13
잃어버린 배추  (0) 2013.02.13
한 생각을 바꾸고 나니  (0) 201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