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삼십 년 만에 외출

윤재영 2013. 12. 6. 09:34

삼십 만에 외출

 

윤재영

 

미국에 삼십여 동안 번도 블랙프라이데이에 쇼핑해 적이 없다. 밀치고 부딪치며 물건을 사려고 줄을 한참을 기다리느니 사고 말겠다고 그날은 오히려 집에서 방콕하는 날이었다. 추수감사절 하루 남편이 산더미 같은 광고를 들고 들어왔다.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추수감사절 다음 대폭할인세일로 상점에서 적자 것이 흑자로 메꾸어진다고 하여 생긴 ) 목요일 저녁 8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추수감사절 오후 세시에 저녁을 먹은 아이들과 남편은 미식축구를 본다고 거실로 갔다. 남은 음식과 칠면조 고기를 냉장고에 넣고 그릇을 세척기에 넣어 돌리고 나니 한가해졌다. 별로 일도 없기에 (mall, 지붕 안에 있는 쇼핑센터) 가서 구경이나 갈까 하여 집을 나섰다.

여덟 경에 갔는데 이미 멀을 둘러싼 360 주차장은 차들로 있었다. 평상시 집처럼 널널하던 주차장에 주차할 곳이 없어서 쇼핑을 같다. 곳을 찾아 빙글빙글 돌았다. 쇼핑 보따리를 들고 나오는 사람이 있어서 좋아라 하고 열심히 뒤따라갔는데 짐만 넣고 다시 들어가는 거였다. 다시 돌았다. 차가 빠지기에 깜빡이를 켜고 기다리는데 반대쪽에서 나타난 차가 선수를 쳤다. 벌써 번째이다. 상황에서는 끼어들고 새치기를 한다고 해도 말이 없다. 다시금 행렬을 따라 빙빙 도는데 입구 가까운 곳에서 자리가 났다. 로또라도 뽑힌 기분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바짝 붙어 기다리다가 잽싸게 주차를 했다.

사람들의 들뜬 모습에 나도 덩달아 가슴이 들떴다. 빨리 가서 사지 않으면 싹쓸이되어 없어질 것만 같았다. 군중심리가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우연히 만난 아는 분은 부츠가 세일 한다고 딸들 것까지 합쳐 켤레를 샀다고 했다. 설마, 내가 들은 거겠지. 그러고 보니 다들 부츠 상자들을 들고 왔다갔다했다. 신발 판매대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널려진 부츠로 아수라장이었다. 올겨울 앨라배마에는 반짝반짝한 부츠만 보일 같다. 나는 부츠를 신고 싶어도 맞는 것이 없어 근처에 가지도 않았다.

마음에 두고 있었던 바지가 반의반 값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개만 사려고 했던 것을 개를 샀다. 비싸서 만지작거리기만 했던 스웨터는 개가 값이었다. 색색으로 다섯 개를 샀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드디어 꽁꽁 묶어 놓았던 지갑 문이 열려 물꼬가 터졌다. 남편 애들 것까지 마치 횡재라도 잔뜩 골라잡았다. 무거워 들고 다닐 수가 없어 차에 실어 놓고 다시 들어와 사대기 시작했다. 한시가 넘어 열두 시가 되어 가는데 마치 토요일 오후 같다. 아직도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 오는데 모두 젊은 사람들이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나같이 나이 사람이 없는 같아 있고 싶었지만, 눈치가 보여 그만 멀에서 나왔다.

내가 미쳤지. 도대체 카드를 얼마나 긁은 걸까. 제정신이 들자 밤새 저울질하고 계산기 돌리느라 머리가 복잡했다. 봉급생활에 대충 예산이 있는데 싸다고 야금야금 것이 조금조금 합쳐져 큰돈이 되었다. 생활비에 타격이 것이고 입지도 않고 걸어 놓은 옷을 적마다 가슴을 것이다. 아깝지만 냉정하게 마음을 먹고 반환할 것을 골랐다. 다음 파격 할인판매가 끝난 오후 즈음 봉다리봉다리 들고 멀로 향했다. 창피하지만 내내 후회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블랙 프라이드데이는 삼십 년이란 끈질긴 노력 끝에 결국 나를 집에서 끄집어내어 청룡열차를 태워 주었다. 입고 싶었던 옷을 저렴하게 사서 흐뭇하다. 비록 절반은 반환해야 했지만, 올해는 나도 경제 시장 흐름에 한몫을 했다.




11 월 28알 2013

'그룹명 > 일기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밍햄 동요부르기 대회  (0) 2014.03.04
멕시코 순교자 복자 수녀원  (0) 2014.02.08
수필-겨울 물난리  (0) 2013.12.06
할로윈 2013  (0) 2013.11.01
스커퍼넝즈 포도--수필  (0)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