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거친 나와 다음어진 나--왜 글을 쓰는가

윤재영 2005. 11. 18. 01:34

거친 나와 다듬어진 글을 쓰는가

 

 

또 태웠다!

글을 쓰려고 것이 아닌데 다른 생각으로 빠진다.

 

쓰는 것도 중독이다. 결벽증에 걸린 환자 처럼, 머리속에 생각들을 정리하지 않고는 배기겠다. 먹는 것도 잊고, 시간도 잊고, 음식 타는 것도 잊고 생각에 빠진다. 옷을 지어 내듯, 음식을 만들어 , 생각을 모아 글을 만들어 내야 하는 병적 자아만족이다. 하루 종일 먹고 놀고 책상 앞에 앉아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 아니, 먹을 것이 없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

 

혼자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그리움에 익숙해 졌다. 대답없는 컴퓨터는 나의 친구가 되었고 자판과 수다를 떤다. 사이버의 문을 열고 나혼자만의 환타지 여행을 한다. 예쁜 사진과 글로 장식해 놓고 꾸며놓은 블로그 찾는다. 내가 와서 보라고 그렇게 꾸며놓았으리라 고마운 것인다. 세상구경, 꽃구경에, 향기도 맡으며, 놀다 놀다 해가 지면 다시 집에 돌아와 음식장만을 한다.

 

때로는 그냥 버리기에 아까운 싱싱한 재료들 눈에 뜨인다.  영수증나  편지 봉투, 공간 있으면 끄적여 생각을 적어놓는다.  상하기 전에 음식을 해야한다. 물과 소금만 있으면 된다.

 

학교 졸업하면서 지도 교수님이 연습을 더해야 한다고 하셨다. 평생 부러운 것이 쓰는 사람이다. 쓰는 사람과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쓰기를 좋아한다.

 

글을 써서 블로그 도마위에 올려 놓는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된다. 내게 공간이 주어지는 자체만으로도 고맙다. 언젠간 언어와 생각이 나를 떠날 것이다. 다시 찾고 싶어서라도 자판을 두두리고 사진을 찍어 올린다. 아이를 낳고 우리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알았다. 십여년 지나 놓고 보니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그런 착각이라도 있기에 사는 맛도 있는 것같다.

 

거미가 거미줄 치듯, 샘물이 마르지 않듯, 해가 뜨고 달이 뜨듯, 잡념이 떠오른다. 중년을 넘어서는 나이다. 어떻게 것인가 무지개 쫒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내게 있는 것도 버리지 못하고 판이다.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아온 자신이기에, 부족한 삶을 살았기에 누구에게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도 없다. 언어의 허구속에서 진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오늘도 벌이도 안되는 장난을 하고 있다. 그래도 그것이 있어야 살아있다는 명목이 것만 같다.

 

 

 

2005 11 17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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