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꽁트--의부증

윤재영 2006. 1. 12. 05:37

꽁트: 의부증

 

 

결혼 후 사네 못사네 티 퇴각 하면서 그렇게 살아온지 이십년이 넘었다. 남편이 꿀벌처럼 일을 해서 벌어다 주는 돈으로 이제 집도 마련해서 풍요롭지는 않아도 그렇다고 남의 돈을 빌려야 할 정도로 부족하지도 않게 살고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지만 속에 들어가 보면 바람잔날 없다. 뭇 사람에게 한 방울의 빗방울이 개미한테는 홍수가 되는 것이다.

 

우리 남편 여자 복이 많은 사람이다. 남편의 상관, 동료, 비서, 도움이, 다들 여자다. 비록 키는 작지만, 매너가 좋고 인상도 좋고, 그렇다고 여자를 희롱하는 타입도 아니니까 안심하고 가까이 있는 남자다. 그런 이유로 마음이 끌려 결혼에 승락했지만, 그런이유로 결혼을 망설였었다.

 

남편이 출근한 , 벗어 놓은 양복 바지를 정리하다 바지 가랭이에 붙은 여자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우연한 일이겠지 했다. 하지만 여태가지 그런 일이 없다가 몇일 상간에 번째 그런 일이 있으니 의심이 가기 시작했. 짧고 굵고 검은것이 분명 내 것이 아니다. 옅은 갈색의 보드라운 여자의 머리카락이다. 남편이 어느여자와 머리카락이 바지에 붙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머리가 돌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 얼마전에 이상한 말을 꺼낸 같다. 다음 학기에 나와 아이를 두고 혼자 외국 근무를 나갔다 오면 어떨까 하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었다. 또 얼마 전엔 출장 간다고 서두르는 것이 어째 느낌이 이상했었다. 누구의 머리일까 탐정이 따로 없다. 티비에 나오는 것처럼 머리카락을 봉지에 넣어 보관해 두었다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 볼까 생가도 해 보았다. 하지만 그 치사한 짓이다. 그래서, 만약에 남편과 다른여자와 불륜이 있었다고 한다면 어쩔 것인가? 아닐 거다.

 

사랑한단 말은 하지 않아도, 그동안, 외박한 안하고, 때가 되면 들어오고, 하루에도 두어번 집에 전화를 거는 남편이다내가 남편의 무릅위에 앉는 것도 싫어하는데 다른여자가...아, 상상할 수도, 상상 해서도 안되는 거다. 분명 문제가 아닌데, 내가 오버하는 것일 거다집에 혼자 있다보니 민감해 지고 약해져서 그럴 거다.  이런 가지고 의부증이라고 하는 거다.  그래, 모르는게 약이다. 그냥 누군가의 머리카락이 달라 붙듯, 송충이 달라 붙었을 거다. 얼른 집어 쓰레기통에 쑤셔 넣어 버렸다.

 

퇴근 후 남편에 헐레 벌떡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빨리 밖에 나와 보라는 거다. 무슨 불이라도 났나 했다. 불이 켜지긴 켜졌다. 하늘에 둥근 달이 훤하게 비추고 있었다. 

 자기, 좋아?”

.”

 자기, 밖에 없어?”

.”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고 그래?”

아니, 그냥…”

그렇게 해서 바람은 다시 잔잔해 지고 하루가 지나갔다

 

 

2006년 1월 11일

윤재영

'그룹명 > 일기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판 하실래요?  (0) 2006.01.20
동성연애  (0) 2006.01.13
내 안에있는 유다  (0) 2006.01.12
유다는 천당에 갔을까 지옥에 갔을까?  (0) 2006.01.11
마지막 미사를 드리며  (0) 2006.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