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책 번역을 시작하며

윤재영 2006. 1. 24. 03:46

번역을 시작하며

 

 

우리 성당 신부님께서, 한국에 계시는 동창 신부님이 말기 환자를 돌보시며 쓰셨다는 책을 나누어 주시며,  요안나, 요사이 뭐해요?…  급하게 없고, 시간나면 번역해 봐요하셨다. 서두를 없이 시간이 나면 하라고 하셨으니까, 해도 안해도 되는데 관심이 있으면 봐라 뜻이리라.  하고 대답은 했다.

 

급한 일은 하나도 없지만,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쓰고 싶은 이야기거리도 너무 많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구나, 말기를 맞아 죽음의 고통에 울부짖는 환자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책은  선착 순으로 끝이다. 하루는 눈에 번뜩번뜩 들어오는 제목에 가슴이 찔려 보이는 곳으로 옮겨놓았었다.

 

사이, 신부님께서 책을 읽어 보았냐고 관심을 보이셨다. 하지만 신부님이 책을 번역하고 있느냐고 귀뜸을 주시는 것인지는 몰랐다. 답답하셨는지, 어느날, 직접적으로 번역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고 물어 보시는 거다. 때서야, “신부님, 저보고 정말 책을 번역하라고요? 농담하신 알았어요.” “그럼, 다른 사람시킬까?” “"아니, 제가 께요.” 

 

대답은 하고 왔지만, 책을 펴니 엄두가 안났다. 번역하는 보다 차라리 내가 책을 쓰는게 빠르겠다. (히구, 잘났다, 요안나!) 궁시렁궁시렁, “주님! 재미난 것도 많은데, 하필이면 암으로 죽는 환자들에 관한 거예요? 번역하면, 해주실 건데?” (이구,  엄마에 자식이다.)  우리 애들, “엄마, 공부 하면, 사줄 건데요?” “"인석아, 공부가 너를 위해 하는 거지, 엄마를 위해 하는 거냐?”  

 

번역을 시작하며, 암에 걸려 죽을 같아 무섭다. 얼마전 암으로 죽은 친구가 생각난다. 무섭고 징그러운 꿈을 꾸었다. 끝에 벌레 집이 생겨 꿈틀거리고 , 침을 뱆으니, 시커먼 거미가 땅에 떨어졌다. 마음에 아직 사랑이 차지 않아서 그러는 같다. 봉사자님들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보살피며 직접 몸으로 뛰고 계시다. , 편안히 책상앞에 앉아 하면서 그런 말이 나오는가?.

 

어떻게 해서 책이 손에 들어 무슨 뜻으로 인연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책은 몫인 같다. 엄마가 사랑하는 아기가 아플 것이 없고 두려운 것이 없는 거다. 비록 부족하지만, 환자가 되어보고, 봉사자가 되어보며, 마음을 다해  신부님이 뜻하시는 사랑의 꽃에 물을 주고 싶다. 언제 어디선가 맑은 미소로 님들과 만날 날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손을  뿌리치지 말고 도와줄 힘만 있으면 망성이지 말아라

 (잠언 3, 27).

 

 

2006년 1월 23일

윤재영

 

 

'그룹명 > 일기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월 대보름  (0) 2006.02.13
초대  (0) 2006.02.07
한 판 하실래요?  (0) 2006.01.20
동성연애  (0) 2006.01.13
꽁트--의부증  (0) 2006.01.12